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서한이 공개됨에 따라 한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2012년을 예상했는데 미국이 2009년으로 공식 역제의하는 바람에 이제 미국에 작전통제권 이양 시기를 늦춰달라고 해야 할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환수해도 작통권을 행사할 수 있다"(9일 연합뉴스 인터뷰)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2009년 단독행사는 불가능하다. 2012년을 놓고도 전직 국방장관들은 시기상조론을 들고 나왔다.
정부로서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우리측의 방침(2012년)을 관철시키거나 2009년과 2012년 사이 어느 시점으로 하되, 미국을 설득해 정보 전력 지원, 무기 조기 구매 등의 보완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그 어느 쪽이든 우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됐다.
당장 현재 진행 중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 외에 환경 오염된 미군기지의 원상 회복, 평택 기지 조성, 주한 미 공군 사격장 문제 등에 있어 우리 입장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한 번 정한 미국의 입장을 바꾸려면 그만큼의 희생이 불가피한 것이 지금까지의 협상 경험"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각종 첨단 무기를 빨리 살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가격 협상에서도 결코 유리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밀어붙여서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고 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돼 버렸다"며 "정부가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시기를 최대한 모호하게 하면서 단독행사의 구체적 조건에 대해 먼저 논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것이 모두 해결되더라도 전시 작전통제권이란 안보 현안을 '주권' '자주국방'과 연관시켜 정치적 논란의 대상으로 만든 데 따른 미국측의 불쾌함은 해소되지 않을 것(정부 고위당국자)이란 전망 또한 한국엔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