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에서 고객들이 타는 '경품용 문화상품권'은 애초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도박 칩' 외에는 사용할 곳이 없었다." 어느 문화상품권 발행사 전직 대표의 고백이다. 19개 경품용 문화상품권 업체 중 교보문고(13개 지점)·영풍문고(16개 지점)·CGV(37개 영화관) 같은 대표적인 문화 업소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고작 3~4종뿐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금까지 아예 경품용 상품권을 받지 않았고, 국립극장,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등도 경품용 상품권 '사절'이 대부분이었다.

◆이 상품권으론 갈 곳이 없었다

문화부가 작년 7월 상품권 지정제를 시행한 조건은 ▲문화·관광산업 관련 가맹점 100개 이상 ▲가맹점은 서울·경기를 제외한 5개 이상의 광역시·도에 각각 10곳 이상씩 소재할 것 등이었다. 그 결과 마구잡이 가맹점 채우기가 횡행했다. 가령 '패밀리문화상품권'은 비수도권 가맹점 393곳 가운데 391곳이 꽃집이다. 다른 예로, '2006.7.18'로 발행일자가 찍힌 '티켓링크 문화상품권'에는 가맹점 'CGV 김천'이 적혀 있다. 이곳은 이미 2개월 전 없어졌다. 현재는 다른 이름의 극장이 돼 있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실은 "전국 100곳 이상이라는 기준 자체가 너무 적다. 또 대부분 영세한 동네 서점이거나 안경점·꽃집·미용실"이라고 지적했다. 상품권 업계의 한 관계자도 "지정제 시행 당시 전국의 서점이나 극장의 80% 이상을 가맹점으로 확보한 곳을 지정해 달라고 문화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벽지에 가맹점을 몇십 군데 확보해 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했다.

◆영화관부터 사용 제한 움직임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가 모두 검찰로부터 압수 수색을 받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일부 가맹점들은 경품용 상품권 사용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 상당수가 '일반용 문화상품권'을 만드는 탓에 '일반용 상품권'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영화관 'CGV'는 지금까지 경품용이든 일반용이든 5종의 상품권을 사용 액수 제한 없이 받았는데, 24일부터 1인당 1만원으로 상한선을 둔다. 교보문고도 대책 마련으로 고민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용액을 제한할 것인지, 아예 받지 않을 것인지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반용 문화상품권' 사용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 '메가박스'측은 "경품용 상품권 사용량이 워낙 적어 이미 지난해부터 경품용 상품권을 받지 않았다. 다만 일반용 문화상품권도 25일부터 1인당 1만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만에 하나 휴지가 될 가능성

경품용 상품권은 자칫 '휴지'가 될 수도 있다. 발행사가 부도가 났을 때 서울보증보험에서 소비자 1인당 30만원 한도 내에서 보상한다. 그러나 발행사가 부도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맹점도 계약을 해지하고, 환전소도 돈으로 바꿔주지 않는다면▲ 업계측 관계자들은 "그 경우 들고 있는 경품용 상품권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보증보험측은 "부도가 나지 않은 발행사가 소비자에게 상환을 거절한다면, 소비자들은 발행사로부터 '상환거절 확인서'를 받아서 서울보증보험에 오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경품용 상품권을 돈으로 받기 위해 발행사와 서울보증보험 두 곳을 찾는 수고를 해야 한다. 발행사가 상환거절확인서를 잘 써줄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