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아이들을 성숙시키는 건, 따뜻한 사랑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불행일지도 모른다. 불행과 상실감은 때로 성장의 필수요소다. 어차피 우리 삶의 절반은 불행에 줄을 대고 있으니까.

사고로 부모를 잃은 자매 메메(잉그리드 루미오)와 아네타. 동생 아네타는 큰 불행을 통해 면역성을 길렀다. 세상을 알 만큼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맹랑하다. 반대로 언니 메메는 슬픔이 얼마나 슬픈지 알기에 작은 슬픔에도 크게 반응한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우울증이 도지면 수시로 바다에 뛰어드는 언니를 볼 때마다 동생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수영할 줄 아세요?" "왜" "우리 언니가 곧 바다로 뛰어들 거예요" 식이다.

'안경잡이 괴물' '절름발이'라고 서로를 놀리는 자매는 둘로서 완벽한 가정을 이루지만, 세상과 만나면서 또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첫사랑의 남자를 만났지만, 자신의 상처를 보고 기겁하는 남자를 보고 또 더 큰 상처를 받은 메메. 둘은 아르헨티나를 떠나 우루과이로 거처를 옮기고, 거기서 또 자학적인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우울한 풍경을 지루하게 늘어놓는 대신, 경쾌한 대사와 에피소드를 통해 슬픔마저도 희롱하면서, 아름다운 두 여자의 성장기를 그려낸다. 성장 영화 속 아이 연기의 새 전형을 만든 아네타 역의 히메나 바론의 연기를 주목할 만하다. 아르헨티나 비평가협회가 주는 신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애늙은이와 천사를 섞어 놓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페레즈 프라도의 '맘보No.5', 영화 '노팅힐' 삽입곡으로 유명한 'Ain't No Sunshine When She Is Gone'등 OST가 화려하다.

원제 'El Faro Del Sur'(남쪽의 등대). 감독은 아르헨티나의 여성감독 에두아르도 미뇨냐.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