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0일, 사행성 오락 게임인 바다이야기 의혹을 촉발시킨 노무현 대통령의 “내 집권기에 발생한 것은 성인오락실 상품권 문제”라는 지난 13일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노 대통령은 “정책적 오류 말고는 국민들한테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 조카인 노지원씨가 성인오락기 판매회사인 지코프라임과 합병한 코스닥 기업 우전시스텍으로부터 사장직을 제의받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노씨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장직 막히자 이사로
노씨는 2003년 10월 KT 과장에서 명예 퇴직하기 두 달 전인 8월, 지인인 K씨를 통해 알게 된 우전시스텍 이명곤 대표로부터 공동대표직을 제의받았다. 청와대측은 "민정수석실이 노씨의 대표직 취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해 기술이사로 입사했다"고 했다. 이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쓴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에 따르면, 당시 노 대통령은 노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그만두라"며 30분간 호통을 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우전시스텍 이명곤 대표에게 대통령 조카라는 신분을 사업목적에 이용하지 말 것을 수차 경고했고, 노씨에게 해외시장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제한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KT 과장 출신을 곧바로 대표이사로 영입하려 한 의도는 정·관계 로비역을 맡기려던 게 아니냐"며 "결국 이사로 취임했으니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전시스텍은 2005년 2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장기저리 정책자금 20억원(이자율 4.4%, 3~8년간 상환 조건)을 빌렸고, 같은 해 5월엔 정보통신부로부터 우수중소기업 무상지원금 6억원을 받았다. 정보통신부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노 씨는 작년 11월 우전시스텍이 무한창업투자에 인수될 때 기존 이사진 중에서는 상근·비상근, 등기·비등기 임원을 막론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코프라임·우전시스텍·에이원비즈는 사실상 하나의 회사가 됐다.
◆검찰수사와 퇴사 시점
노씨의 퇴사 시점과 경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노씨는 "대통령 조카가 사행성 게임업체의 이사로 있으면 구설에 휘말린다고 생각해 스스로 그만뒀다"고 했다. 청와대도 "5월 23일 인수 사실을 알고 나서, 지코프라임에서 사임요구를 받고 7월 5일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나 노씨가 퇴사한 것은 인수일(5월 23일)보다 40여일 후인 7월 5일이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직후였고, 검찰이 성인오락실 업체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하기 직전이었다. 우전시스텍의 대주주였던 무한투자측 관계자는 "노씨에게 그만두라고 했지만, 노씨가 스톡옵션 행사 요건 때문에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야당의 의혹 제기와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껴 회사를 그만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스톡옵션 차익 9000만원
노씨가 2004년 3월에 받은 10만주의 스톡옵션(주당 행사가격 820원)도 특혜성이란 지적이다. 스톡옵션은 내년 3월이면 행사할 수 있는데, 18일 현재 가격(1770원)으로 보면, 9000만원 이상 차익을 얻게 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노씨는 "임원 3명이 각 10만주, 직원 9명이 기여도에 따라 2만1000~4만주를 함께 받았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했다.
◆남의 돈으로 싼값에 주식 매입
노씨가 2003년 9월 우전시스텍의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에 참여, 공동투자자들에게 빌린 돈으로 28만2600주(2억5900만원)를 주당 920원에 인수한 것도 논란거리다. 노씨가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거액의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11월에 즉시 반환토록 했기 때문에 이득을 본 게 없다"고 했다.
노씨가 우전시스텍이 지코프라임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노씨와 청와대는 "합병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인수하는 날 알았다. 현재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과도 모른다"고 했다.
◆부족한 해명
청와대는 이날 바다이야기가 '영상물등급위'를 통과하게 된 경위, 개인도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뀐 부분 등 정책실패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또 이 과정에서 정치권을 향한 로비가 얼마나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노씨가 회사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