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했던 야구의 꿈을 해외에서 다시 찾아 국내프로야구의 문을 두드린 선수가 있다.

지난 16일 2007년 신인 2차 지명에서 4라운드 32번째로 KIA에 지명된 성민규(24)가 주인공이다.

성민규는 대구상고시절 초고교급투수로 있던 이정호(현재 군 복무 중)에 가려 있던 투수였다.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2001년 홍익대에 진학했으나 더이상 기량이 나아지지 않자 야구를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유학길에 올랐었다. 그러나 야구에 미련이 남아 영어를 배우면서 클럽팀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막혀있던 야구인생이 확 풀리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열린 클럽경기서 미국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네브라스카대학에 장학금까지 받는 조건으로 스카우트된 것. 타자로 전향해 주로 외야수로 뛰면서 올해 미국 대학 2부리그에서 3할2푼대의 높은 타율에 홈런 16개를 기록, 팀을 디비전시리즈까지 올렸다.

한국 야구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히 KIA 스카우트팀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부터. 지난해 외국인선수 물색차 미국을 찾은 조찬관 스카우트 과장은 미네소타 트윈스의 스카우트 데이비드 김으로부터 성민규를 소개를 받아 통역으로 함께 미국을 다녔다고. 야구를 할 줄 아는 데다 영어도 수준급으로 잘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외국인선수와 함께 연습하는 그를 보면서 조 과장은 외국인선수보다 그의 야구 센스와 노력에 점차 끌리게 됐다고. 당초 KIA는 지난해에 뽑고 싶었으나 당시에 이미 2차 지명이 끝난 뒤라 1년을 기다려 그를 찍었다.

스위치히터인 성민규는 오른손은 파워가, 왼손은 정교함이 돋보인다. 특히 조 과장은 그의 성실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영어를 하나도 못했던 그가 수업을 듣고 학점을 받을 정도가 됐다면 그 노력이 엄청났다는 것. 네브라스카대학이 있는 오마하 지역신문 1면을 장식한 적도 있다. 손가락 전체에 물집이 생겨 반창고를 붙인 사진과 함께 그의 노력에 대한 기사가 실렸었다.

성민규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쓸 수 있을지 내년이 기다려진다.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