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일을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호스피스 운동을 하는 정신의학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인생수업'(이레)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만일 물건을 훔치겠다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충분히 갖지 못한 것을 원망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를 사랑하겠다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사랑을 두려워하는 지도 모릅니다."
CEO가 되고 대통령이 된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그만큼 오만해지고 고독해집니다. 세상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기쁨만큼 청량하고 흐뭇한 행복은 없습니다. 사랑의 꿈은 오로지 사랑이고,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깜짝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곁에 있어주는 거라고 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그냥 옆에 있어줄 수는 있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을 두고 본다면 그것이 가장 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요?"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지 못해도 함께 울어주고 웃어주는 것, 그럼으로써 자타(自他)가 만든 장애물을 넘는 것이 사랑의 생(生)이라는 거지요. 그렇지만 사랑을 도피처로 삼아서도 안 됩니다. 그건 사랑으로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장애물을 쌓는 것이니까요.
"당신이 불행한 싱글이라면 결혼을 해도 불행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상적인 짝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낀다면, 그런 무력감은 언젠가는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생겨날 것입니다. 사랑할 누군가를 찾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스스로를 사랑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당신의 배가 물에 뜨지 못한다면 아무도 당신과 함께 물을 건너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사랑을 낯설어 하고, 사랑에 위축되고, 사랑을 향해 너그럽게 마음을 열지 못할까요? 바로 두려움 때문입니다. 우리는 내 사랑을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하고, 사랑이 오래 가지 않을까봐 두려워하고, 상실을 두려워합니다.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되고, 그 사람은 그래서 안 된다고 언제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구실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당신에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치지 않는다고 사랑을 두려워하는 거지요.
케슬러는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 중에는 '가방 끈'이 짧다고,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고, 일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들의 한결같은 고백은,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다는 거였습니다. 그들은, 상실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합니다. 가장 큰 상실은 사랑을 상실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관계를 맺지 마십시오, 생을 낭비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황홀하지 않으면 새벽을 본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기에도 짧은 인생,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지금 그것을 챙겨보십시오.
(이주향 수원대교수·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