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자연학습장 들꽃 농원(☎031-709-0148)'.
옆으로는 금토천이 흐르고 길가엔 아이 키만한 들풀들이 빽빽한 이곳엔 비비추, 부처꽃, 섬노루귀, 여름새우란(蘭), 파초일엽, 땅나리 등 야생화들이 3개의 비닐하우스 안팎으로 가득하다.
여기 저기서 개구리가 뛰어다니고 온갖 나비가 날아다니는 곤충실에 희귀한 습지 식물로 가득한 '들꽃농원'을 가꾸는 사람은 야생화 경력 40년의 마시황(53)씨.
무릎까지 오는 장화에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 "꽃에 있어선 이론보다 실전에 강하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11년 전 농원을 만들었다.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파는 사업을 하던 젊은 시절, 딱히 취미생활도 없던 그는 남들 술 마시고 TV 볼 때 부지런히 산을 탔다.
"산을 다니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니 눈에 띄는 게 풀이고 꽃이잖아요. 남들은 그냥 들꽃이려니 하는 것도 그냥 못 지나치겠더라고요."
이건 무슨 꽃일까, 언제부터 핀 걸까, 저번 그 꽃은 얼마나 폈을까 궁금해하고, 산에서 내려오면 여기저기 농원을 다니며 물어보곤 했던 마씨. 야생화 책 한번 제대로 펴본 적 없지만 어느 새 야생화 박사가 다 됐다.
이곳에 심겨진 우리 꽃은 모두 600여종, 습지 식생 등 다른 식물들도 400여종에 달한다. 이밖에도 마씨가 직접 조성해 수련과 청포가 가득한 연못이 조성돼 있다.
아내와 단둘이 가꾸고 있지만 한달 관리비만 500만원이 들어간다.
그는 우리꽃을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저랑 같이 한번 둘러보자"며 앞장을 섰다. 좁은 흙 길을 슬슬 지나며 꽃들을 가리키는 마씨의 손과 입이 바빠진다. "색이 고운 원추리꽃과 달리 박꽃, 달맞이 꽃은 초라하죠. 대신 향기가 무척 진해요." "이 녀석은 잎이 부채모양이고 꽃잎에 호랑이 얼룩무늬 점이 있어 이름이 범부채예요."
"이거 손에 문질러보세요." 마씨를 따라 연못에 심긴 창포를 쑥 뜯어 밑둥을 끊어 손바닥에 문지르니 은은한 창포향과 함께 살결이 부들부들해졌다.
화원을 가로질러 야생꽃과 나무가 빽빽한 비닐하우스 곤충실에 들어서니 어른 손바닥 만한 새까만 제비꼬리나비, 호랑나비, 잎사귀를 접어 그 안에 알을 낳는 네발나비, 보랏빛 꽃만 찾아다닌다는 흰 나비 등 온통 나비 천국. 이곳에서는 나비가 알,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변화하는 과정을 그대로 관찰할 수 있다. 마씨는 "잎사귀에 붙은 애벌레들을 따로 보관해 기르다보니 나비 수도 많아지고 새까지 모여들더라"고 했다.
그는 "우리 들꽃들은 장미, 튤립 등과 달리 소담한 아름다움과 함께 온갖 사연도 담겨 있고 알수록 재미가 더하다"고 말했다.
그는 농원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걸쭉한 입담으로 야생화·야생초 강의(단체시 체험학습포함 1인 1만원)를 한다. 농원에서는 화원관람·강의 외에 2000평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캐기 체험, 화분에 들꽃 심어가기, 풀잎염색 등 체험학습도 이뤄진다.
마씨는 "이곳에 와 야생화를 본 10명 중 자연의 소중함을 터득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