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내 도서관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공군 장병들.

"우리부대는 요즘 독서의 물결이 넘실댑니다."

이색적인 방법으로 '책 읽기' 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군부대가 있어 화제다. 듣기에도 생소한 '다단계 독서문화'를 실천하고 있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

다단계 독서문화라고 이름붙여진 책 읽기 붐은 지난 5월 비행 단장을 비롯해 지휘관과 참모들이 교훈적이고 감동적인 책 4∼5종을 일괄 구입해 함께 나눠 읽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장교들은 독후감상문 발표회를 가졌고, 이중 평이 좋은 2권을 권장도서로 선정해 병사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이나 내무실 등에 배포했다. 그러자 전장병이 돌려가며 읽게 됐고, 장교들 사이에서만 열리던 독서감상문 토론회도 부서별로, 부대별로 확산돼 나갔다. 부대 전체에 책 읽기 유행이 생겨버린 것이다.

최근 전투비행단에서 가장 많은 장병들이 읽힌 베스트셀러는 데이비드 코트렐이 쓴 '먼데이모닝 리더십'과 이민규의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3000여명이 나눠 읽었다. 지휘관들에서부터 참모, 장교, 군무원, 병사들에 이르기까지 수 차례에 걸쳐 토론회도 벌어졌다.

지원대장 이상훈 대위(36)는 "책을 통해 부하들과 지휘관인 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병영생활에서 독서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헌병대대 이건희 일병(21)은 "최근 리더십 관련 책을 읽고 밖에서도 해보기 어려운 토론회를 간부들과 벌였다"며 "부대 내 독서물결로 군생활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전투비행단은 "대구의 찌는 듯한 무더위를 이겨내고, 마음을 단련시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자랑한다.

지휘관에서부터 신세대 장병들까지 세대 차(差)를 뛰어 넘는 공감대 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특히 병사들에게는 사회에 나가기 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단계 독서문화를 주관하고 있는 인사처장 박민성(40·공사 37기) 소령은 "바쁜 일과로 인해 독서를 거의 하지 못했던 장교들은 요즘 잠자는 아빠에서 공부하고 책 읽는 아빠로 바뀌고 있으며, 병사들에게는 계급으로 인해 어려워했던 선임병이나 장교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운동으로 덤까지 얻게 됐다. '책 읽는 분위기' 조성과 장병들의 정서문화함양을 위해 전 간부들을 대상으로 '1인 1도서 기증운동'을 펼친 것.

1차로 기증 받은 책이 무려 1410여권에 달했고, 도서관의 책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19권 기증으로 최다 기증자가 된 계획처장 장인철(40·공사 37기) 중령진급 대상자는 "평소 내가 즐겨 읽고 감동 받았던 아끼던 책들을 함께 근무하는 우리 병사들이 다 함께 읽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이제 책을 살 때도 우리 병사들이 읽을 책이라는 생각에 좀 더 신중하게 책을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