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출간되는 ‘피터 팬’의 속편 ‘주홍색 옷을 입은 피터 팬’의 표지

속편 ‘주홍색 옷을 입은 피터 팬’으로 95년만의 귀환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 피터 팬이 다시 독자를 찾는다. '피터 팬과 웬디'(Peter Pan and Wendy)가 발표된 지 95년 만이다. 피터는 오는 10월 5일 발간되는 속편 '주홍색 옷을 입은 피터 팬'(Peter Pan in Scarlet)을 타고 보금자리인 네버랜드(Neverland)를 떠나 세상으로 날아온다.

속편의 작가는 영국의 소설가 제랄딘 매커린(McCaughrean). 피터 팬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런던의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아동병원이 2004년 실시한 작가 공모에서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이 병원은 피터 팬 원작자인 제임스 배리(Barrie)로부터 1929년 저작권을 기증 받아 관리해 왔다. 병원측은 유럽연합(EU) 규정에 의해 저작권이 소멸되는 내년(2007년) 말 이전에 속편을 내기 위해 준비해 왔다.

매커린은 이미 소설을 탈고한 상태다. 속편은 피터 팬의 옷 색깔을 바꾸고 원작에서 비판을 받았던 부분을 수정하는 등 95년 만의 속편에 걸맞은 변화를 줬다. 전편에서 수수한 초록색 나뭇잎 옷을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던 피터는 삽화가 스콧 피셔(Fischer) 덕분에 주홍색 옷을 입은 멋쟁이 소년으로 변신했다. 잔인한 전투 장면이나 인종차별과 성차별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거리다. 매커린은 "피터 팬 캐릭터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지우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며 "전 세계인이 공감할 작품이 되도록 썼다"고 밝혔다.

속편을 쓴 영국 소설가 제랄딘 매커린.

출판사측은 그러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출간 전까지 비밀을 유지한다는 전략. 작가 매커린이 "피터와 웬디, 팅커벨 등 원작의 주요 인물이 그대로 등장하며 무대도 네버랜드로 설정했다"는 기본정보만 공개했을 뿐이다. 악어에게 먹힌 후크 선장의 부활 여부에 대해서도 "책이 나오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 궁금증을 더했다.

이른바 '짝퉁 피터 팬' 시리즈들과의 경쟁도 관심거리다. 미국의 소설가 데이브 배리와 리들리 피어슨은 2004년 디즈니사에서 공동 창작으로 '피터 팬과 별잡이들'(Peter Pan and the Starcatchers)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15일 '피터와 숨은 도둑들'(Peter and the Shadow Thieves)을 내놓았다. 미국은 유럽연합의 저작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매커린은 "미국산 피터팬을 이길 자신이 있다"면서도 "공식적인 속편이 나올 때에 맞춰 그런 책을 내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지난 6월에는 영국 소설가 앨런 무어가 웬디를 주인공으로 성인용 에로 소설인 '잃어버린 소녀들'(Lost Girls)을 발표하고 "내 소설은 포르노그래피"라고 밝혀 파문을 빚기도 했다.


▶피터 팬은 누구인가

극작가 겸 소설가인 제임스 배리가 어른을 대상으로 쓴 소설 '작고 하얀 새'(1902년)에 처음으로 이름이 등장했다. 2년 뒤 희곡으로 다시 쓴 '피터 팬'이 연극으로 공연돼 큰 인기를 끌었다. 1906년 '작고 하얀 새'에서 피터 팬만을 따로 떼어 낸 동화 '켄싱턴 공원의 피터 팬'이 발표됐다. 1911년, 피터팬 판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피터 팬과 웬디'가 출간됐다. 이 책의 완역본을 출간한 비룡소 출판사 박상희 대표는 "피터 팬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수많은 판본으로 번역돼 지금까지 누적 판매부수를 추산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작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