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대역사(大力士)’로 불렸던 차이리가 현역 시절 일본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역기를 들어올리고 있다. 은퇴 후 혈관계통 질환을 앓다가 33세로 요절했다.

저우춘란(鄒春蘭·35)은 3월 29일 목욕탕에서 세 명의 때를 밀었다. 그날 수입은 4.5위안(약 540원). 잠은 목욕탕에 딸린 작은 골방에서 잔다.

10여 년 전, 전 중국을 놀라게 했던 여자 역도 영웅이었던 그가 때밀이 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째다. 그는 여자 48㎏급에서는 맞설 적수가 없을 정도의 강자였다. 각종 대회를 휩쓸었고 기록도 여러 차례 갈아치웠다.

사정은 1993년 은퇴 이후 180도 변했다. '영웅'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그가 소속된 지린(吉林)성 제1체육공작대 식당 보조. 그는 글자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성 정부 산하 체육공작대로 입교해 운동만 해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4년 뒤인 1997년, 제1체육공작대가 해체·분리되면서 식당 보조 일자리도 잃었다. 이후 2005년 때밀이를 시작하기 전 잡일로 전전하던 그에게 남은 것은 망가진 육체뿐이었다. 감독이 시키는 대로 6년 이상 복용했던 근육강화제 후유증 때문에 턱과 코 밑 수염이 남자처럼 자란다. 결혼한 지 6년째이지만 아이도 생기지 않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스포츠강국 중국. 올림픽과 각종 세계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중국 스포츠계의 이면에는 제2, 제3의 '저우춘란'이 있다.

중국 역도 선수 중 최초로 200㎏의 벽을 돌파하며 '아시아 대역사(大力士)'로 불렸던 차이리(才力)도 그중 하나다. 그는 은퇴 이후 체육학교 수위로 배치돼 일하다, 2003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혈관계통 질환을 앓았으나, 병원비가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고 한다. 1990년대 초 각종 아시아선수권대회를 휩쓸었던 중국 육상계의 '마군단' 소속 천위메이(陳玉梅·31)는 안산(鞍山)의 한 철광석 광산에서 여자 광원으로 일한다. 아크로스포츠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 출신인 류페이(劉菲). 그는 매월 160위안(약 1만9200원)가량의 돈만 받고 대리 강사로 일하는 비참한 생활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최근 한 체육학교의 정식 코치 자리를 얻었다. 아예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이 8개 성(省)의 은퇴 운동선수들을 조사한 결과, 일자리 배치를 기다리는 사람들 숫자가 전체 현역 운동선수 숫자의 28.9%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주의 엘리트 체육' 특성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세계대회 금메달공정(工程)'이란 이름으로 초등학교 졸업 이전의 학생들을 '○○체육공작대' '△△체육대(隊)' '□□체육학원' 등의 각종 훈련소로 선발해 교양 교육 없이 '메달 기계'로 키우는 것이다.

축구·농구·탁구 등 구기종목과 다이빙 등 중국에서 특히 인기 있는 종목 선수들은 은퇴 이후 사정이 좀 낫다. 반면 역도·레슬링·유도 등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현역 시절 화려한 실적을 거두었더라도 은퇴할 때는 1인당 평균 3만위안(약 360만원)에 못 미치는 1회성 보상금만 받을 뿐이다.

펑젠중(馮建中) 국가체육총국 부국장은 "종목에 따라 은퇴 선수들의 처지가 다른 것은 시장의 선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유명한 탁구선수 출신으로 정치협상회의 위원인 덩야핑(鄧亞萍)은 "은퇴 운동선수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책이 없으면 중국 체육계의 인재양성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조중식특파원 jsc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