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하나….’자질시비를 겪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를 나오고 있다.

김병준(金秉準) 교육부총리의 논문 재탕(再湯) 사실이 거의 매일 드러나고 있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동일 논문 중복 게재에 이어 용역 보고서까지 학술 논문으로 변형시킨 사실까지 밝혀졌다. 사태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자 “도대체 끝이 어디냐…” “그가 실제로 쓴 논문이 몇 편이냐”는 반응도 나온다.

초기 언론의 트집잡기 식으로 사태를 인식했던 교육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뚜렷하다. 표절 논란과 달리 지금 상황이 고도의 윤리를 요구하는 '교육 수장(首長)'으로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교육부에서 '김병준 일병 구하기' 식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더는 버티기 힘든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새로 밝혀진 논문 재탕

김 부총리가 학술진흥재단에 자신의 '연구발표 실적'이라고 올린 논문은 모두 45개. 이 가운데 15번에 기재된 '지방의회의 개혁: 구성과 운영', 37번 '정보화 사회에서의 지방정치와 시민 Teledemocracy'에서 문제가 포착됐다. 15번 논문은 그가 교수 시절인 1998년 5월(봄호) 한국행정연구에 발표한 '지방의회의 구성과 운영'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논문이 같은 해 12월 국민대 학술지 사회과학연구에 '한국 지방의회의 개혁방향과 과제 - 구성과 운영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거의 그대로 전재됐다는 점이다. 제목만 한글로 바뀌고 수정됐을 뿐 목차, 각주, 참고문헌, 표 등 모든 내용이 같았다. 다른 점은 요약문이 추가된 점, 서문(문제의 제기: 지방의회에 대한 기대와 현실) 마지막 부분에서 그해의 지방선거와 관련된 일부 문장이 빠진 점 등 극히 일부였다.

김 부총리는 또 1995년 5월에 발간된 한세정책의 한세포럼 편에 '정보화사회와 참여정치'란 발표 논문을 실었는데 이 역시 1994년 12월 국민대 사회과학연구에 실린 37번 논문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덮어씌운 것이었다.

한세정책 발표논문 17페이지 가운데 'Ⅲ 대안 텔레데모크라시'와 'Ⅳ 맺음말' 등 7페이지는 국민대 논문 '정보화 사회에서의 지방정치와 시민 Teledemocracy'의 71~83페이지에서 일부 사례를 제외한 주요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 이 중 ▲앞으로의 전망과 문제점 ▲맺음말 단락은 아예 똑같다. 사회과학연구에 실린 내용을 옮겼다는 각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학계 "학자 윤리 저버려… 학회 탈퇴해야"

대학교수 A씨는 "학술지 논문 실적은 승진과 호봉승급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중으로 논문을 발표했다면 실적을 부풀려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 한 것"이라며 "교육 부총리로 부적격자"라고 지적했다.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같은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버젓이 게재하는 행위는 학자로서의 기본 윤리를 저버린 것"이라며 "학문적으로 치욕스런 행위를 해 행정학회의 명예를 훼손한 만큼 학회 회원부터 스스로 탈퇴해야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