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일어난 살인사건과 스캔들을 다뤘다. 당시 신문과 잡지에서 10여 차례 이상 보도된 사건 가운데 역사책에서 한 줄 이상 기록되지 않은 사건을 엮었다.
식민지조선에는 경악할 만한 4건의 살인사건이 있었다. 조선인이 조선인을 살해한 사건(죽첨정 '단두 유아' 사건), 조선인이 일본인을 살해한 사건(안동 가와카미 순사 살해 사건), 일본인이 조선인을 살해한 사건(부산 마리아 참살 사건), 그리고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살인마교 백백교 사건)이다.

엽기적이기 짝이 없는 '단두 유아' 사건은 당시 조선의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1933년 5월 16일. 식민 지배 23년째, 총독부가 세계적인 치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하던 '안전한 도시' 경성 시내 한복판 죽첨정(서대문구 충정로)에서 대낮에 몸통 없는 아이 머리가 발견되었다. 전 경찰서에 비상이 걸렸고 하루 만에 나온 부검 결과는 "성별 남아(男兒). 연령 1세 내외. 살아 있는 아이의 목을 벤 것. 범행 시간은 발견 시간부터 10시간 이내"였다. 수사상의 별다른 진전이 없자 경찰은 잃어버린 몸통을 찾는다며 무덤은 물론 경성의 후미진 곳을 죄다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체(死體)가 암매장되어 있었고, 사회의 그늘 속에 수많은 걸인과 나병 환자들이 방치돼 있음이 드러났다.

책의 후반부는 박희도·윤택영·이인용·안기영·박인덕 등의 삶을 통해 '근대 조선을 뒤흔든 스캔들'을 다룬다. 존경받는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박희도 중앙보육학교 교장이 여제자와 '키스 내기 화투'를 치고 그녀의 정조를 유린했다는 사실이 공개된다. 이기든 지든 키스를 해야 하는 이상한 화투는 왜 친 것일까? 박희도와 여제자 그리고 그녀의 남편 사이에 충격적인 폭로전이 이어지고, 사건은 바야흐로 점입가경이 된다.

독자들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이들 사건을 통해 몰락을 코앞에 둔 조선 왕실의 부패한 자화상, 나라 팔아 먹은 돈으로 호의호식하던 조선 귀족들의 비참한 종말, '사랑의 이름으로' 가정을 버린 위대한 예술가들의 비루한 사생활, 조선을 대표하는 신여성들의 잘못된 선택 등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식민의 아픔과 근대의 혼돈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이미 '황금광 시대'(2005)에서 1930년대 조선에 불어 닥친 황금광 열풍을 착실한 고증을 통해 복원시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책에서는 '사람 냄새 나는 인문학'을 추구했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