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0㎞로 경남 밀양에 닿았다. 복작거리는 거대도시 서울을 떠나 연극축제로 퐁당 몸을 밀어 넣는 데 3시간이면 족했다. 올해 6회째인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KTX 개통 이후 관객이 늘어 해마다 3만여 명을 불러모으는 축제로 몸집이 커졌다. 관객은 밀양시민 반, 외지인 반이다.
지난 21일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밀양연극촌. 아이들이 떠난 폐교(구 월산초등학교)는 관객으로 북적였다. 이날부터 8월 1일까지 5개 극장에서 '아름다운 남자' '바보각시' 등 연극·뮤지컬 36편을 공연하는 밀양연극촌은 입구부터 연극 같았다. 교문 자리에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옆에선 장승들이 시시덕거렸다.
브레히트 원작을 이윤택이 번안·연출한 개막작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은 한국 초연이다. 6·25전쟁으로 배경을 옮긴 연극은 전쟁 통에 포장마차로 돈을 벌지만 삼남매를 잃는 억척어멈의 비극. 배우들의 에너지와 리듬감 있는 장면 전개가 객석을 흔들었다. 관객 김수근(54)씨는 "평생 처음 본 연극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주말에 가족들과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밤 10시, 숲의극장 앞 자갈 깔린 운동장엔 뮤지컬 '천국과 지옥'을 보려는 관객의 줄이 100m 이상 뱀 꼬리처럼 이어졌다. 친구들과 함께 온 김세연(여·25)씨는 "밀양엔 문화공간이 거의 없어 4년 전부터 이 연극촌 단골관객이 됐다"며 "연중 토·일요일마다 열리는 주말 극장에도 관객이 많다"고 했다.
야외극장 공연 중엔 매미와 개구리 우는 소리가 중간중간 끼어들어, 여름 밤 운치가 더했다. 경남 소도시를 조용히 들어올린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26일 공연까지 전회 매진 행렬이다.
올해는 연극촌을 개방해 극작가 윤대성이 1호로 입주했다. 연출가 채윤일도 입주할 계획이라 내년쯤엔 두 예술가의 합작품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밀양에 연극촌을 만들고 여름공연예술축제를 주관해 온 연희단거리패 꼭두쇠 이윤택은 "소모품이 아닌 생산적인 축제를 지향하고 있다. 겉은 남루해도 속은 탄탄한 연극들로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뮤지컬 외에도 도자기 공예, 천연염색, 보디 페인팅 등 체험 프로그램도 많다. 표값은 성인 1만원, 학생 6000원. (055)355-2308
휴가도 가고 공연도 보고 ‘일석이조’ 바캉스
●거창국제연극제
7월 28일부터 8월 16일까지 경남 거창군 위천면 일대. 일본 신주쿠양산박의 '에비대왕', 극단 자명종의 '한여름 밤의 악몽' 등 10개국 47편을 공연한다. 객석이 물 속에 있는 야외극장도 있다. 편당 성인 1만원, 아동 8000원. 사랑티켓으로 5000원 할인받을 수 있다. (055)941-0760~1
●경기도 세계야외공연축제
8월 11~15일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양수리)의 강변특설무대 등 5개 야외극장. 영국 바비칸센터 공연이 예정된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일대기를 다룬 이탈리아 야외극 등 5개국 15편이 초청됐다. 11일 오후 길놀이가 축제를 연다. 모든 공연이 무료. (031)592-5993~4
●춘천국제연극제
30일까지 강원도 춘천문화예술회관과 국립춘천박물관 등. 7개국 17편을 모았다. 일본 참가작 '자줏빛 구름 너머'는 SF적인 소재와 애니메이션 같은 움직임으로 무대를 채운다. 표값은 전액 수재민 돕기에 쓰인다. (033)241-4345
8월 9~15일엔 춘천인형극제도 열린다. 체코에서 온 '어부와 황금물고기'를 비롯해 70편이 공연된다. 8월 13일엔 서울 청량리역에서 축제 전용 코코바우열차가 출발한다. 4000~6000원. (033)242-8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