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를 전혀 느끼지 않은 채 아름다움에 탄복하는 사람은 없다.
앵삼이 몸을 다 가리고 있어도 노래하는 새와 같이 생동감이 넘쳐 흐르는 무희, 리진을 왕비는 이윽히 바라보았다. 아름답구나, 마음으로 탄복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여름 나무 같은, 배꽃 같은, 비단 같은 리진을 바라보며 왕비는 잠시 침묵했다.
침묵은 연회장에 긴장감을 몰고 왔다.
춤을 마치고도 퇴장하지 못한 화문석 위의 무희 리진과 맨 앞자리에서 연회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왕비 사이에도 긴장이 감돌았다. 무희에 대한 왕비의 느닷없는 반응에 왕 또한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왕세자만이 지루한지 보슬비가 내리는 경회루 연못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지만 악공 강연 또한 대금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무희, 리진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콜랭은 박수를 치는 순간을 놓친 것으로 무희의 처지가 난처해진 것 같아 왕비를 향해 해명을 하기 위해 일어서려고 했지만, 상황에 나서면 더 복잡만 해질 것 같습니다, 며 옆자리의 게랭이 만류했다.
콜랭은 복잡한 마음으로 다시 의자에 앉으며 무희를 바라보았다. 왕비를 향해 읍하고 있는 무희의 옆 얼굴은 무슨 생각엔가 골똘히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무희의 춤이 끝난 것도 콜랭은 몰랐다. 다른 외교관들이 일제히 무희를 향해 박수를 치고 있는 것도.
각국의 외교관들과 역관들, 내관들과 무엇보다도 조선의 왕 내외와 함께 연회장에 있다는 것을 콜랭은 한순간 잊었다. 오로지 무희의 움직임만 보였다. 음악 소리가 끊겼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공사에게 무얼 해주겠느냐고 묻질 않느냐?
왕비의 목소리가 딱딱해졌다.
왕비를 향해 허리를 굽힌 채 침묵을 지키던 리진이 입을 열었다.
―허락해 주신다면 법국의 공사 청을 한 가지 들어 드리겠사옵니다.
―호오, 그래?
한순간, 외교관들 자리가 술렁였다.
왕비가 왕을 향해 몸을 돌렸다.
―전하. 방금 서 나인이 하는 말 들었사옵니까?
왕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전하께서 서 나인이 공사의 청을 들어주도록 윤허를 해주셔야겠습니다.
―내 윤허가 무슨 소용이오? 왕비께서 알아서 하시오.
왕만이 알고 있었다. 무희를 향한 갑작스런 왕비의 반응은 무희에게 매혹당해 잠시 춤추는 여인을 황홀하게 바라봤던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마다요.
왕비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공사!
왕비가 콜랭을 지명하자, 연회장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콜랭에게 집중되었다. 사위가 쥐죽은 듯 고요해져 경회루 연못 위로 떨어지는 보슬비 소리가 들렸다.
―서 나인은 조선 제일의 무희입니다. 공사를 춤으로 만족시키지 못한 책임으로 공사의 청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고 하는데 공사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콜랭은 당혹스러웠다.
―말씀해 보시지요. 이미 전하께서도 윤허하질 않았습니까.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호오, 무희의 청을 거절하겠다는 뜻입니까?
왕비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던 리진이 어느 순간 얼굴을 들어 콜랭 쪽을 보았다. 콜랭과 리진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무희의 검은 눈동자는 금천교 위에서 봉주르! 라고 콜랭에게 맞인사를 건네던 다정하던 그 눈동자가 아니었다.
무희의 눈엔 콜랭에 대한 의혹과 책망이 담겨 있었다. 점점 일이 이상하게 되어간다고 생각하면서 콜랭이 말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