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에 의해 9일간 불법점거된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가 시간이 갈수록 '무기고' 같은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23일 계속된 내부 청소 결과 점거농성을 벌인 노조원 수에 근접하는 2000여개의 쇠파이프가 나왔고 사제(私製) 화염방사기에 쓰인 LP가스통 6개, 대형 솥 3개, 생수 3만여병, 라면 40개들이 600여박스, 초코파이 144개들이 500여박스 등이 나왔다.
포스코측은 "우발적으로 점거했다는 노조원들 주장과 달리 식량과 무기를 각 층마다 분배해 놓은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집행부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우발적인 점거"였다고 수 차례에 걸쳐 밝혔었다.
◆일부 문서 유출=포스코는 "22·23일 양일간 실시된 본사건물 청소작업 과정에서 데스크톱 컴퓨터 3∼4대가 분해된 채 발견됐고 이중 하드디스크 1개와 메모리 1개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또 컴퓨터와 노트북이 다른 사무실로 옮겨져 있기도 했다.
특히 12층에 있는 이구택(李龜澤) 회장실과 윤석만(尹錫萬) 사장실에는 응접실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는 등 들어왔던 흔적은 발견됐지만, 집기를 건드리거나 파손한 흔적은 없었다. 같은 층에 강창오 고문실에는 캐비닛 일부가 열려 있었지만, 책이나 서류 등은 없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술이나 연구분야의 자료는 문제없으나 인사·노무 관련 서류 등 노조측에서 협상에 유리한 자료들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건설노조측은 자진해산 후에도 "포스코가 대체인력을 투입한 증거와 지역언론과 유착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설 자리 없어진 노조=건설노조는 23일 오후 2시 대책회의를 열어 10여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다시 교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지경(40) 위원장 등 노조간부 20여명을 비롯해 강성 노조원들이 구속된 데다 농성장에서의 분열 분위기가 해산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남구 해도동에 있는 건설노조 사무실에는 3000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500여명 정도가 모이고 있고 시위도중 중태에 빠진 하중근(44)씨가 입원해 있는 포항동국대병원 앞에서 매일 밤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 참가자도 100여명에 불과하다. 경찰은 "무리수를 두는 집행부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점거농성이나 과격시위 등 강경한 태도는 보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노조원들의 분노도 이어지고 있다. 한 노조원은 "동료들을 향해 쇠파이프를 들이밀고 환자들의 이탈까지도 막은 강성노조원들에게 느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