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이다. 지하철 안이건 길에서건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꾸만 나에게 돈을 준다.
"저어, 한비야님 맞죠?" 이렇게 수줍게 묻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면 어느 틈에 주머니를 털어서는 긴급구호현장에 써달라며 돈을 건넨다. 학생들은 몇천 원, 어른들은 몇만 원. 쑥스러워 목까지 빨개지는 중고생들은 껴안아 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느냐고 물으면 "조금이지만 돕고 싶어서요. 게다가 팀장님이 현장에 확실하게 전해줄 것 아니에요?"라고 대답한다.
어제도 그랬다. 중년의 택시 운전사는 한사코 차비를 받지 않으며 "내가 아무리 없어도 8000원은 보탤 수 있어요. 아프리카에선 그 돈이면 한 식구 며칠간 식량을 살 수 있다면서요" 한다.
정말 고맙고도 신기하다. 내가 이 학생 또래였을 때는 반강제로 걷는 불우이웃돕기 말고는 자발적으로 성금을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누굴 어떻게 믿고 돈을 내냐고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내가 이 일을 시작했던 6년 전에만 해도 "우리나라에도 도울 사람 많은데 왜 외국까지 돕느냐?"라는 질문, 수도 없이 받았다. 해외구호활동을 향한 달갑지 않은 눈총도 받을 만큼 받았다. 그런데 그동안 세상이, 사람들이 변한 거다. 따가운 질문과 눈총 틈에서도 우리의 관심과 배려의 범위는 한국에서 아시아로, 전 세계로 넓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지금이 우리나라 유사 이래 다른 나라를 돌볼 수 있는 경제적 조건, 정신적 여유, 세계시민의식을 모두 갖춘 첫 세대라고 분석한다. 여기서의 세계시민의식이란, 각자는 한국의 일원이자 동시에 세계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 있으며 그것에 충실하겠다는 자각일 거다. 그러니 아까 그 학생과 택시 운전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훌륭한 세계시민임이 틀림없다.
요즘 나는 집을 나설 때면 가슴이 설렌다. 오늘은 또 누가 나에게 돈을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