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구례농고 안에는 '빵 공장'이 있다. 별관 1층에 25평 크기로 만든 '섬지뜰 제과'다.
20일 오전 구례농고 학생들 10여명이 이곳에서 빵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열심히 밀가루 반죽을 만들던 2학년 구덕환(18)군은 "졸업하면 바로 창업할 생각으로 배운다"고 했다. 옆에서는 여학생들이 반죽을 떼어내 동그르르 말고 있다. 3학년 이수진(19)양은 "1학년 때부터 빵 만들기를 배웠는데, 이젠 여러 가지 빵에 자신 있다"고 했다.
구례농고 식품가공과 학생들이 빵 공장 섬지뜰제과에서 만드는 제품은 롤케익, 밤식빵, 옥수수식빵, 단팥빵, 버터크림빵, 피자빵, 카스텔라 등 20가지. 우리밀과 녹차 등 구례의 산물(産物)이 재료다. 공장장은 제과·제빵 21년 경력의 오광섭(38)씨. 그는 "학생들이 워낙 열심이어서 가르치기 쉽고 보람도 크다"고 했다.
오후에는 제품을 출하한다. 판매처는 순천시, 광양시, 곡성군 등에 흩어져 있는 각 학교와 일반 상점 등 70군데다. 올 들어 판매고는 6000만원, 연말이면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섬지뜰 제과'는 작년에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았다. 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납품한다. 맛 좋고 값도 싼 편이어서 인기가 높다. 작년 매출은 6000만원이었다.
학교 뒤에는 300평 비닐하우스가 있다. 여기서는 원예과 학생들이 상추, 청경채, 치커리, 쑥갓, 케일 등 채소를 재배한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이 '친환경 무농약 농장'으로 인증한 곳이다. 채소도 올해 300만원어치가 팔렸다. 연말 목표는 600만원이다.
구례농고는 실업계 학교의 새 모델이다. '뜬 구름 강의'와 '겉핥기 실습'에서 벗어나, 실제로 시장에 나갈 물건을 만들고, 그것이 돈이 되어 돌아오는 과정까지 전부 가르치자는 것. 생산·판매·경영기법을 교과과정에 접목한, 이른바 '학교 기업'이다. 재작년 교육부가 실험학교로 지정, 올해까지 시설비와 운영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완전 독립채산이다. 학생들 스스로의 경영 체험이 시작된다.
3학년 홍진선(19)양은 "학교에서 배운 게 많아 순천에 있는 제과점에 벌써 취업이 예약됐다"며 "조금만 더 경험을 쌓은 다음 창업하겠다"고 했다.
작년에 '섬지뜰 제과' 학생들에게 가장 어려웠던 일은 빵 만들기가 아니었다. 판로 개척과 확장이 문제였다. 이 지역 제과·제빵업계가 "학교와 학생들까지 경쟁 상대로 나서면 어떡하느냐"고 반대하기도 했었다.
'학교 기업'을 지도하는 이정례(43) 교사는 "기업프로그램 참여 학생(18명) 가운데 3학년(7명)은 전원이 제빵기능사나 종자기능사 자격을 땄다"고 했다. 김철식(57) 교감은 "학교 기업을 시작한 이후 참여한 학생들뿐 아니라, 260명 전교생과 학교 전체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