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행신지구 아파트촌에 사는 문 시인은 지난 몇 해 동안 집 주변 공터에 채마밭을 가꾸었다. 상추, 감자, 아욱, 열무는 농약 없이 자랐다. 좋은 것을 먹으려는 욕심 때문이 아니다. 밭을 찾은 벌레들을 내치지 않기 위해서다. '밭은 나와 벌레가 함께 쓰는 밥상이요 모임이 되었다/ 선비들의 정자 모임처럼 그럴듯하게/ 벌레와 나의 공동소유인 밭을 벌레詩社라 불러 주었다'('벌레시사' 중)

밭만 벌레와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들에게 바치는 낮은 목소리의 사랑 고백이다. 그는 '새와 한 척의 배와 내 눈앞의 꽃과 낙엽과 작은 길과 앓는 사람과 상여와 사랑과 맑은 샘과 비릿한 저녁과 나무 의자와 계절과 목탁과 낮은 집'을 "밖에서 가까스로 얻어온 것"이라고 했다. 세상에서 '소유'라는 형식으로 만난 모든 것은 무주(無住)이므로 돌려주어야 할 것들이다. 아내와 아이들조차 빌려온 것이다.

그래서인가. 시집에는 '내 것이 아닌 것과의 이별'이 반복해서 그려진다.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고 쓴 시 '가재미'는 재작년 세상을 떠난 백모 이야기다. 상여가 나간 뒤 시인은 '그녀는 나로부터도 자유로이 빈집이 되었다'('가재미3')는 말로 이별의 노래를 마무리했다.

여름 잠자리가 가을 하늘에서 사라지듯 온전히 내 소유인 목숨마저 가뭇없이 사라질 것이다. '…무른 나는 金剛이라는 말을 모른다/ 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맘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니/…'('그맘때에는'중) 삶이 '사르르' 풀리는 이유는 "천천히 바라보다 편안히 놓아주면 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시집에는 76편의 시가 실렸다. 미당문학상(2005년) 수상작인 '누가 울고 간다'와 올해 소월시문학상을 받은 '그맘때에는'을 비롯, 지난해 시인과 평론가들로부터 '문예지에 실린 가장 좋은 시'로 선정됐던 '가재미'에 이르기까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시인으로 떠오른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 쓰인 것일수록 음수율이 뚜렷이 느껴져 친숙한 느낌"이라는 분석에 그는 "말을 줄인 곳에 침묵을 두려 한다. 남과 친해지려면 말없이 가만히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원고 청탁이 몰려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덜 쓸 이유가 없다. 오감을 열어놓고 부지런히 쓰겠다"고 말했다. 산과 들, 자연의 존재들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 그의 시는 발로 걸어 쓴 것들이다. 시인은 "집 주변이 그린벨트여서 걷기 좋은 숲길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