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公)과 사(私)를 구분하라'는 격언은 일상사에서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국왕에게도 그럴까? 왕의 집안일과 나랏일을 칼로 자르듯이 구분할 수 있을까?
저자의 정치학 박사 학위논문을 정리한 이 책은 세종과 세종시대를 '가(家)'와 '국가(國家)'라는 독특한 구분법으로 살펴본다. '가'가 예(禮)·경(經)·문(文) 등 윤리적 차원을 강조한다면, '국가'는 법(法)·권(權)·무(武) 등 정치적 판단이 중요시된다.
세종의 경우, 즉위 과정 자체가 '가'와 '국가' 논리의 충돌이었다. 맏아들이 아닌 셋째가 국왕이 된 것은 국가 논리의 승리였던 것. 아버지 태종은 세종의 장인 심온도 처형했다. 그러나 세종의 위대함은 '가'와 '국가'의 논리 양쪽으로 줄타기를 하면서 이질적인 요소들을 조화시킨 리더십에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두 논리의 균형이 깨어지면 어떤 결과를 빚는지는 조선 후기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가'의 논리가 확산되면서 정치는 윤리의 영역으로 전락했고, 그 결과 오히려 정치 과잉을 불러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