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공은?

여러 공의 속도를 측정하기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종목이 달라 기준도 같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각 종목별 나름대로의 객관성을 담보로 해 공의 속도를 재왔다. 구기 종목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낸 것은 배드민턴공(셔틀콕)이다. 공의 범주에 포함시킨 셔틀콕은 거위털 16개(최대)와 코르크로 만들어진다. 최대 5.5g 셔틀콕의 최고 속도는 시속 332km(2005년 중국 푸 하이펑). 300km의 속도로 달리는 KTX보다 더 빠른 셔틀콕이다.

셔틀콕 다음은 골프공과 탁구공이다. 골프공은 미국의 버바 왓슨이 기록한 시속 310km이며 탁구공은 250km까지 측정됐다. 골프공은 드라이브샷일 때 가장 빠르게 날아간다. 왓슨 말고도 존 댈리 등 장타자들은 시속 300km정도까지 때릴 수 있다. 탁구 대표 선수의 경우 스매싱할 경우 보통 시속 200km를 웃돌 때가 많다.

테니스도 탁구와 속도 싸움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테니스는 서비스가 가장 빠르다. 최고의 스피드왕은 지난 2004년 시속 246.2km를 찍은 미국의 앤디 로딕이다. 그의 서비스는 평균 230km에 육박한다.

그 다음은 아이스하키→야구→축구→배구 순이다. 아이스하키 퍽의 최고 속도는 시속 200km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구는 기록의 종목 답게 속도 측정이 보편화돼 있다. 투구의 세계 기록은 미국 롭넨이 세운 164km(1997년). 타구는 새미 소사의 180km이다. 한국 선수로는 박찬호와 엄정욱의 161km이며, 타자로는 김재현의 169km이다. 타구가 투구보다 조금 더 빠르다.

축구는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150km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선 2002년 이기형이 캐넌슛 콘테스트에서 세운 138km가 가장 빠른 기록이다. 배구는 한국 선수중 신진식의 스파이크 서브가 115km를 기록한 적이 있다. 외국 배구 선수 기록은 없다.

◎빠르다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볼 속도의 상대 비교가 실제 상황에서 별로 의미가 없을 때도 있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칠 때와 배구에서 공격수가 때린 공을 상대편 수비수가 받을 때를 비교해보자. 투수가 150km의 속도로 볼을 던졌을 때 18m43의 거리에 떨어진 타자에게 도달하는 시간은 0.44초. 반면 배구의 공격수가 100km의 스파이크를 때렸을 때 7m 거리의 수비수에게 0.25초만에 날아간다.

야구공은 배구공보다 보편적으로 빠르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선수들은 이처럼 다르게 반응한다. 야구와 배구처럼 종목 별로 처한 상황이 속도감의 차이를 만든다. 배구 선수가 야구 선수보다 훨씬 반응 속도가 빨라야 한다. 그러나 야구는 방망이란 도구를 사용하는 어려움을 고려할 때 양 팔을 뻗는 배구가 훨씬 수월할 수는 있다.

◎조금 덜 빠른 공에도 사람은 죽는다

가장 빠른 셔틀콕과 골프공에 맞아 사람이 죽은 적은 아직 없다. 탁구공과 테니스공도 마찬가지다. 국내 경기에서 셔틀콕을 맞고 실명한 사례는 있다. 하지만 아이스하키와 야구, 축구 등은 살인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아이스하키의 퍽은 160km 이상으로 날아갈 때 무섭다. 경험이 많은 골키퍼들도 정면으로 날아온 퍽이 보호대를 파고 들 때 놀란다고 한다. 실제로 2003년 초 국내 경기 도중 퍽에 맞아 선수가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야구에선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던 1900년대 초반에는 투수가 던진 공에 맞은 타자가 생명을 잃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축구에서도 지난 94년 미국월드컵 남미예선에서 블랑코(브라질)가 찬 프리킥을 맞고 선수가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처럼 공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그 위험도는 더 높을 때도 있다.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