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지원 일부 판사가 무상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전북 군산시 월명동 C아파트 전경

지난달 20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에 근무했던 판사 3명이 동시에 사표를 낸 직후, 법원측은 "경제적 이유로 사표를 냈고 우연히 시기가 몰렸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 안팎에서 여러 소문이 나돌았다. 400억원대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됐던 현지 금융기관 대표 박모(48) 사장 형제와 사표를 낸 판사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왔다는 내용이었다.

"군산지원 판사 3~4명이 박씨 소유의 아파트에 공짜로 살았다, 박씨 형제와 판사들이 접대골프를 치고 향응·여행을 다녔다. 판사들이 구속된 박씨를 며칠 만에 풀어주고 봐주기 재판을 했다"는 말이 떠돌았다.

소문의 일부는 사실이었다. 우선 여러 차례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대해 대법원은 "박 사장이 구속됐다가 풀려난 이후 박 사장의 동생과 판사 3명이 2차례 접대 골프를 친 사실을 인정했다"고 확인했다. 판사 경력 4~6년의 젊은 판사들이었다.

박씨는 지난해 7월 28일 구속적부심을 신청해 5일 만인 8월 1일 풀려났다. 사직한 판사 중 1명이 석방 결정을 했으며, 올 1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할 때에도 주심 판사였다. 검찰은 반발했다. "너무나 이례적이고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했다. 하지만 당시 판사들은 "박씨 형제와 친분은 있었지만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핵심은 '아파트 공짜 거주' 여부. 일단 판사 2명이 박 사장이 사는 아파트와 같은 동(棟)에 살았던 사실을 대법원은 인정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까지 군산지역 최신형인 57평형 아파트 4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관리사무실과 부동산 등에 따르면 "박 사장은 8층, 판사 2명은 1~2층에 살았다"고 했다. 지원장 관사는 같은 아파트 바로 옆 동이다.

공짜 거주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판사 1명은 전세로, 1명은 월세로 살았다고 진술했지만 이미 사표를 냈기 때문에 추가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변 부동산에 따르면 분양가는 2억7000만원, 현재 전세는 1억원, 월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50만~60만원씩에 나간다고 한다.

박씨 형제로부터 향응·여행 경비를 지원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대법원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당시 지원장은 "판사들이 사표를 낸 경위를 전혀 모르고 박 사장과는 일면식도 없다"면서 "한 판사는 나에게 대드는 등 인간적으로 황당한 꼴을 경험해 3명의 판사에게 왜 사표를 냈는지 아직까지 묻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 수뇌부와 법원을 의식하는 검찰 때문에 묵묵히 일하는 판사들까지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다"면서 "차제에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지청 간부는 "사직한 판사들과 관련한 여러 소문을 잘 알고 있다"면서 "본격 수사에 나설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