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노점상 '장소 싸움' 때문에 인분(人糞)이 날아다니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쇼핑객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던 8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명동 M 쇼핑몰 앞에 5~6명의 장애인들이 손에 비닐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상가 앞에 자리 잡고 있던 10여 명의 노점상들에게 다가간 이들. 갑자기 비닐봉투를 뜯더니 옷·모자·귀고리 등이 전시된 가판대를 향해 봉투 안에 담겨 있던 인분을 뿌려댔다. 노점상들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으나 가판대는 인분으로 떡칠이 돼 버린 상태였다. 흥분한 노점상 10여 명이 달려들어 장애인들의 멱살을 잡았다. 시민들은 코를 움켜쥐며 도망쳤고 명동 한복판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장애인과 노점상 간 욕설과 멱살잡이는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20여 분 동안 계속됐다. 거의 비슷한 시각 명동의 A쇼핑몰 앞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M쇼핑몰 앞에서 사건을 벌인 장애인들과 같은 패거리 5~6명이 벌인 사건이었다. 장애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노점을 벌일 공간이 남아 있어서 그곳을 쓰고 싶었는데 다른 노점상들이 반대해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명동거리 가운데 아직 노점상이 없는 신한은행 명동지점~예술극장 구간 50m에 노점상을 설치하겠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간은 기존 노점상들이 시민 통행 편의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점 설치를 하지 않은 곳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사건을 벌인 장애인들은 이 공간을 돈을 받고 다른 노점상에게 팔아넘기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명동처럼 목 좋은 곳은 1.5m짜리 리어카가 들어가는 공간 하나당 자릿세가 2000만 원에 이른다"며 "인분을 던진 장애인들도 이런 자릿세를 노리고 노점상 공간을 확보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인분 투척을 주도한 김모(50)씨는 경찰에서 "2월 중순부터 노점상들을 설득해 왔는데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김씨 등 장애인 5명에 대해 폭행·재물손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