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 청룡동 금정산 기슭의 범어사. 소나무·느티나무·벚나무 숲이 울창하고 공기는 싱그럽다. 목탁과 염불, 그리고 풍경(風磬) 소리…. 여느 절의 느낌과 같다. 하지만 범어사만의 또 하나의 소리가 들린다.

"턱을 당기고 눈은 반쯤 감은 상태로 코를 보세요." "몸이 깃털이라고 생각해!" 금강승 불무도(佛武道)다. 이름대로 불가(佛家)에서 전해져 온 무도를 재현한 것. 범어사가 원조다. 그래서 범어사엔 '한국의 소림사'란 별칭이 붙었다.

그렇다고 "절간 비전(秘傳)의 무술인가 보네"라고 했다간 스님들로부터 경을 치기 십상이다. 범어사 호법국장 안도(岸度) 스님은 "신체 단련이나 특별한 힘을 얻자는 무술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닦아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법의 하나"라고 했다. 한국의 선(禪)을 이끌어 온 선찰대본산(禪刹大本山)인 범어사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 '참선'이 정적(靜的) 수련이라면, '불무도'는 몸을 움직여 마음을 닦아 도(道)에 이르는 동적(動的) 수행법이란 얘기다.

스님들 수행법이던 이 '불무도'가 요즘 속세에서도 뜨고 있다. 범어사가 5년 전 일반인 상대의 '템플스테이(사찰체험)' 프로그램에 불무도를 포함시켰고, 3년 전에는 아예 방학기간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불무도 템플스테이'(051-508-7131)를 시작했다.

또 현재는 미국 LA를 포함해 부산·서울·울산 등 20여곳에 수련장까지 만들었다. 부산 경상대 경찰경호행정학과는 4학점짜리 정식 과목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안도 스님과 같은 불무도 '고수'들은 방학이면 각 학교에서 쇄도하는 특강 요청에 몸살을 앓는다.

범어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작년에만 40개팀 1132명. 지금까지 불무도를 맛본 사람은 총 5000명은 된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이번 여름에는 청소년 불무도 체험 프로그램 정원을 200명으로 늘렸다.

범어사측은 올해 경남 양산 천성산에 '금강사'라는 불무도 전용 수련장을 개설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도 활쏘기·말타기·천연염색 등 다채로워졌다. 안도 스님은 "미래 한국을 짊어질 청소년에게 호연지기를 길러 주고 마음 공부의 기초를 닦아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7년 전 불무도와 인연을 맺은 박상규(朴相奎·46)씨는 "건강이 좋아지고 세상이 밝게 보여 사는 게 즐거워졌다"고 했다. 극단 '시나위' 대표인 박씨는 작년 APEC 정상회의 때 문화행사로 불무도 소재의 '휘투타'란 연극을 공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