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운전 좀 똑바로 하라고 누가 경적을 울리면 그 차 옆으로 바싹 스치고 지나가 위협을 가하는 사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운동 경기에서 지면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사람….
겉으로 보기엔 정상적인 사람들이 갑자기 어이 없는 일을 저지르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적잖이 보게 된다. 유명인도 예외는 아니다. 섹시한 외모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영화배우 휴 그랜트는 한밤중에 매춘부와 함께 체포된 적이 있고, 세계 최고 권력의 위치를 차지하고서도 인턴 사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만천하에 치부를 드러낸 빌 클린턴도 있지 않은가.
미국의 심리학자·정신과의사인 두 명의 저자는 이를 뇌의 작용 때문이라고 본다. 인간의 대뇌에는 이성적인 역할을 하는 '신피질'(neocortex)과,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변연계'(limbic system)로 구성되어 있다. 신피질이 담당하는 이성과 사고력·창조성은 인간에게만 독점적으로 주어진 진화의 최종산물이니 한마디로 '이성적 뇌'이다. 반면, 변연계가 관장하는 감정과 본능적 욕구·충동은 인간이 원시시대에 동굴에서 살던 때부터 다른 고등동물들과 공유해 온 '원시적 뇌'의 자취다.
저자들은 이 이성적 뇌와 원시적 뇌의 치열한 갈등에 따라 비합리적 행동이 표출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본능적 욕구를 권력 욕구, 영역 욕구, 성(性) 욕구, 애착 욕구, 생존 욕구 등 5가지로 분류하고, 이를 각각 1~10단계로 나눠 그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가령 애착 욕구가 9단계에 속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다른 누군가를 더 사랑하는 것 같으면 질투심에 휩싸여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생존 욕구가 1단계에 속하는 사람은 누가 권총을 자기 머리에 대어도 "당겨, 어디 쏴 보시지 그래. 오늘 네 손에 한번 죽어보지 뭐"라고 말한다. 말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두려움을 모른다는 것이다.
책에는 이러한 갖가지 사례로 가득하다. 과연 자신은 각 욕구 별로 어느 단계쯤에 해당하는지 흥미롭게 자문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