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佛의 영광' 재현될까</b> 유로2000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우승컵을 차지한 프랑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유로2000에 이어 이번 월드컵 결승전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어디선가 마주쳤던 것과 너무나도 똑같은 이 장면, 이 분위기! 프랑스어로 이런 기시감(旣視感) 현상을 '데자뷔'라고 하지.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2006독일월드컵 준결승이 열린 6일 뮌헨월드컵 경기장. 프랑스의 마술사 지네딘 지단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달려간다. 수도승처럼 진지하던 지단의 얼굴에 웃음 꽃이 피어 오른다. 흥에 겨운 이 마술사는 두 손을 치켜 올린다. 미친 듯 환호하는 프랑스 응원단.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포르투갈 선수들과 관중.
어디서 봤더라….

2000년 6월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00 유럽축구선수권 준결승 프랑스―포르투갈전.

지단은 연장 종료 3분 전 페널티킥으로 2대1 승리를 확정 지으며 팀의 결승 행을 이끈다. 그리고 결승 상대는 6년 전이나 지금이나 푸른 옷의 '아주리 군단'이탈리아.

프랑스에게 2006 독일월드컵은 유로 2000의 복사판이라 할 만큼 너무나 흡사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

조 2위로 힘겹게 2차 라운드에 올라왔고, 준결승에서 지단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포르투갈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프랑스에게 기분 좋은 것은 6년 전 결승에서 다비드 트레제게의 골든 골로 이탈리아에 기적 같은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했다는 사실. 이 유쾌한 추억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지단과 앙리, 트레제게, 파트리크 비에라, 릴리앙 튀랑, 실뱅 윌토르, 파비앵 바르테즈 등 7명이나 된다.

그러면 10일 오전 3시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월드컵 결승전은 프랑스의 희망대로 진행될까.

공교롭게 이탈리아도 프랑스 못지 않은 '우승 예감'에 흥분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통산 3번째 우승했던 1982년 스페인월드컵. 이탈리아는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브라질에 패한 뒤 12년 만에 결승에 올라 독일을 3대1로 꺾고 트로피를 치켜 올렸다. 1982년 월드컵을 앞두고 이탈리아는 승부조작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스캔들의 주역이었던 스트라이커 파울로 로시의 맹활약으로 이탈리아는 분위기 대반전을 이뤘다. 2006년 독일월드컵. 이탈리아는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에 우승을 내준 뒤, 12년 만에 결승에 다시 올랐다. 그리고 승부조작 스캔들에 연루돼 있는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등 유벤투스 소속 선수들이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늙은 수탉'의 오명을 씻고 '아트 사커'의 명성을 재현하고 있는 프랑스. 날카로운 창을 겸비한 '신(新) 빗장수비(카테나치오)'의 이탈리아. 어느 팀의 우승 예감이 더 강력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