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8시 서울 신촌의 한 건물 옥상. 가로 7m 세로 6m 크기의 옥외 스크린이 켜지자 휠체어를 탄 남자의 촉촉한 눈에도 화면이 켜졌다. 뇌성마비 2급 장애인인 배석만(38)씨가 15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새로운 옥외 영상장치인 ‘플렉스비전’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배씨에 따르면 이 장치는 기존 전광판보다 전기 소모량을 100분의 1로 줄이면서 5배나 선명한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기존의 대형 전광판은 수많은 발광다이오드(LED)들이 꺼지고 켜지면서 모자이크처럼 동영상을 만드는 방식. 하지만 배씨는 특수처리한 스크린에 직접 영상을 쏘는 방식을 적용해 새로운 장치를 개발해냈다.

현재 영상장치와 관련해 배씨가 가진 국내특허는 6개. 추가로 국제특허 2개와 국내특허 10개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원래 그의 관심은 컴퓨터였다. "장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컴퓨터를 택했습니다." 중학교만 졸업한 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그 실력으로 컴퓨터 학원도 열고, 1988년에는 영남대에서 전산실무 특강을 맡기도 했다. 그가 영상장치에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그 무렵. "장애 때문에 서서 강의를 할 수가 없어서 대형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쓰다 보니 불편한 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장애도, 15년 연구 기간의 갖은 어려움도 다 이겼다. 그는 "이번 개발품은 동남아에 수출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광섬유를 이용해 낮에도 잘 보이는 옥외광고 장치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