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이대호는 4일 현재 홈런 1위(14개), 타점 1위(49개), 장타율 1위(5할7푼5리), 타격 3위(3할2푼9리) 등 타격 전 부문에 걸쳐 맹위를 떨치고 있다. 최근 5경기 성적은 타율 5할2푼9리(17타수 9안타)에 3홈런, 9타점이다. 이 기간 중 삼진과 병살은 단 1개도 없다. '반짝 활약'이 아니다. 올시즌 초반부터 이렇다 할 슬럼프를 겪지 않고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2001년 경남고를 졸업한 이대호는 롯데 입단 당시 투수였다. 거포의 체격조건을 타고났지만 당시 코칭스태프는 투수로서의 자질을 더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전지훈련 때 의욕이 앞서 '오버'한 나머지 어깨 통증이 생겼다. 부상은 쉽게 낫지 않았고, 전반기가 그냥 흘러갔다. 2001년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당시 우용득 감독과 박영태 코치가 이대호를 불러 타자 전향 의사를 물었다. 마침 이대호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결국 후반기부터 열심히 배트를 휘두른 이대호는 펠릭스 호세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한국을 떠난 뒤 '땜질용'으로 1군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2004년부터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이대호는 올시즌 그야말로 활짝 피어났다.

김응국은 88년 투수로 롯데에 입단했다가 이듬해 타자로 돌아섰다. 동대문중, 동대문상고 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응국은 고교 3년 때 어깨를 다쳤다. 고려대 진학 이후엔 선동열 박노준 등 걸출한 선배들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프로 2년차였던 89년 후반기에 타자로 1군에 올라와 시즌 마지막 10경기서 4할1푼9리를 쳤다. 2003년까지 15시즌 동안 통산 타율 2할9푼3리, 86홈런, 667타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간판타자로 이름을 떨쳤다.

경북고 졸업 후 투수로 삼성에 입단했던 이승엽은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선수생활의 기로에 선 이승엽은 박승호 코치의 조언에 따라 타자 전향을 결심했고, 한국프로야구 25년 역사상 첫손에 꼽힐만한 강타자로 거듭났다.

만약 그때 어깨가 아프지 않았다면, 타자 전향을 결심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대호는 어떤 모습일까.
(스포츠조선 곽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