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보육시설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하면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일본식 정책은 '실패'로 판단 났습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당 지급 같은 단순한 출산 장려책이나 보육시설 지원 위주의 대책으로는 저출산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저출산 대책 수립에 관한 일본 정부 내의 전문가 야지마 요코(40)씨가 한국을 방문해 우리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의 공식 직함은 '내각부 양성평등분석관'. 현 고이즈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적인 저출산 대책의 골격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다. 야지마씨는 일본의 저출산 문제를 10년 이상 연구해 오다 3년 전 고이즈미 내각의 전문 관료로 발탁됐다.
저출산 문제에 관한 그의 해법은 "남성·여성 모두 일과 양육을 병행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근로 환경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야지마씨는 일본 기업인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 됐다. 301인 이상 근로자를 둔 기업들로 하여금 퇴근 시간을 앞당기도록 권고하고, 가족과 집안 일을 위해 휴가를 의무적으로 쓸 수 있게 하는 조항을 법제화한 주역이기 때문이다. 야지마씨는 이런 제도를 잘 지키는 기업들 제품에 정부가 준 '인증마크'를 찍어 홍보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양육은 여전히 여성들 몫으로 남아 고통이 되고, 젊은 남성들 또한 결혼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임신하고 출산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전체의 70%나 됩니다."
야지마씨는 5일 여성가족부가 개최하는 저출산 세미나에 주제 발표자로 참여한다. 그는 OECD 회원국의 저출산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면서 합계출산율 1.08로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과 일본·이탈리아를 같은 유형으로 묶었다. 야지마씨는 "세 나라 모두 근로 시간과 형태가 유연하지 못하고, 재취업하기가 어려우며, 양육은 여성의 몫이라는 전통적 의식이 강한 것이 공통점"이라고 분석한다. "근로의 유연성과 관련해 프랑스와 독일을 비교하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아이 키우는 가정에 수당을 많이 주지만 프랑스의 출생률이 높고, 독일은 낮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의 근로환경이 훨씬 유연하기 때문이죠."
"나도 여덟 살짜리 아들 하나뿐"이라며 웃는 야지마씨는 "10년 이상 저출산 문제를 연구했지만, 하면 할수록 복잡한 문제"라면서, "단순히 경제가 잘 돌아가면 저출산도 덩달아 해결된다는 논리는 21세기 가족의 욕구가 무엇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발로"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