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보〉(203~227)=결과부터 말해 이 바둑은 고근태가 불계로 이겼다. 대국 종료 후 검토실로 개선(凱旋)한 고근태와의 대화 한 토막을 옮겨본다.
"갑자기 왕시가 계시기를 누르더라고요. 전 화장실 가는 줄 알았어요."
"아니었어?"
"돌을 거둔 거예요. 그리곤 막바로 복기를 하재요."
"어지간히 분했나 보군."
"근데 그냥 일어났어요. 말도 안 통하는데 무슨 복기예요. 후후."
마지막 '시험'을 통과한 과정을 보자. 206까지 아래 쪽 다섯 점을 깨끗이 버린 것이 정답. 12집을 내줬지만 중앙서 8집 챙기고 선수 뽑아 손해 본 게 없다. 백은 참고도를 기대하고 있었다. 1, 3으로 욕심을 부리면 12까지 흑의 파탄. 물론 대 역전이다. 꼼수치곤 절묘한 작품 아닌가. 이후는 그냥 두어 본 수순. 몇 차례 패를 교환하던 왕시, 227에서 마침내 항서를 썼다. 계가한다면 반면(盤面) 10집 정도의 차이. (218 224…?, 221 227…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