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4월 28일 구속된 정몽구(鄭夢九)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 61일 만에 보증금 10억원에 보석(保釋)으로 풀어준 것은 우선 정 회장이 핵심 혐의인 비자금 조성과 집행에 대해 포괄적인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정 회장이 핵심 혐의인 비자금 부분에 대해 형사 책임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김동진(金東晉) 현대차 부회장 등 관련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마무리되는 등 도망이나 증거 인멸의 염려가 소멸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보다 정 회장 구속 이후의 현대차 경영 공백 우려 등 '경제 위기론'을 더 중시했다는 게 중론이다. 정 회장측은 보석을 신청하면서 정 회장 구속으로 인한 현대차의 경영 공백과 이로 인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강조했다. 재판부도 "현대차는 수출기업으로서 국제적인 거래가 많은 기업이라는 점도 보석 허가에 참작이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유전무죄(有錢無罪)' 논란 등 정 회장 석방으로 인한 여론 악화 우려도 생각보다 적다고 법원은 판단한 듯하다.
이날 보석 결정 후 재판장인 김동오(金東旿) 부장판사는 "(보석 결정이) 재벌 회장에 대한 특혜로 비칠까 며칠을 잠을 못 자 수면제를 복용했을 정도로 고민했다"며 "판사 신분을 감춘 채 택시기사에게도 물어보고 인터넷 댓글도 참조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원칙적으로 '보석 불허'의견을 제시해온 검찰도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채동욱(蔡東旭)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 보석 허가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원이 충분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정 회장을 소환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 회장에게 부과된 보석보증금 10억원은 일반인이 내는 통상적인 보증금(1000만원)의 100배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역대 최고 보증금은 2003년 모 건설사 회장이 낸 20억원이다. 재판부는 보증금 산정 때 피고인의 자력(資力)이나 자산(資産)을 참조한다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결정했다고 한다. 도주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재판이 마무리된 후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