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보〉(163~188)=이 바둑 대국자들의 소비 시간은 알 수 없다. 기록과 계시를 맡은 모 신참 여류 초단이 이를 기입하지 않은 탓이다. 다른 바둑의 기록을 맡은 또 다른 여류 기사 한 명은 초반 착점(着點) 하나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전 검토진이 하루 종일 혼란을 겪었다. 맡은 일에 완벽을 기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 정신 아닐까.
흑 163을 생략하면 우상귀는 잡힌다. 참고도 백 1의 치중이 우선 급소. 4, 6으로 최대한 버텨도 9까지 흑 전멸이다. 수순 중 4로 5는 백 4, 흑 A, 백 7로 역시 못산다. 선수를 잡은 백, 우선 '가'로 한 점을 달아나는 대신 164에 찝는다. 168, 170의 패(覇)를 보는 수단.
흑이 패를 해소하면 백은 '나'쯤에 붙여 전체 흑을 붙들고 늘어질 심산이다. 상변 패 맛을 외면한 채 165로 뛴 것은 안전 운행. 결국 168, 170으로 상변에 패가 났지만 흑은 냉정하게 국면을 살핀 뒤 173으로 밀어간다. 패를 양보해도 이겼다는 승리 선언이다. 181 또한 안전책. 184로 막고 흑이 185의 큰 곳으로 손을 돌린 순간 188이 놓였다. 상하를 맞보는 뚝심의 승부수! (174 180…168, 177…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