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 소요초등학교와 동두천초등학교에 가면 '등대'가 있다. 야트막한 건물 위로 망루(望樓)와 광원(光源)이 달린 둥근 기둥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영락없다. 육지에 이런 게 있다는 게 이상해 보일 법. 알고 보면 뱃길을 밝히는 게 아니라 주민들을 '지혜의 길'로 안내하려고 만든 도서관이다. 이름하여 '지혜의 등대'다.
◆국내 최초의 '등대 도서관'
지혜의 등대는 작년 10월 문을 열었다. 타 지역 보다 학습·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학생과 주민들이 공부방이나 도서관을 쉽게 접하기 힘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동두천시가 지은 시설이다.
독서 및 정보검색, 공부방 등 기능이 주민의 자율방범시스템이 하나로 결합됐다는 게 특징. 소규모 도서관과 공부방, 정보검색용 PC방 등이 들어서 있는 가운데, 등대 기둥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방범기동순찰대가 머물며 치안유지 및 면학분위기 조성 활동을 한다. 지혜의 등대가 '마을지킴이 등대' 역할도 하는 셈. 망루에 올라가 주변도 둘러볼 수 있다.
◆"학교 도서관 보다 좋아요"
현재 이곳은 해당 학교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학부모 등 일반인들도 이용할 순 있지만, 공간이 좁아서 여러 사람이 쓰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학생들은 "교실이나 학교 도서관 보다 등대 도서관이 더 좋다"는 평가.
시는 올해 사동초등학교와 공설운동장, 도심공원주차장에 각각 한 곳씩 지혜의 등대를 짓는 등 2008년까지 모두 5개의 등대 도서관을 추가 건립할 예정이다. 시의 상징이자 명물로도 자리잡길 기대하고 있다. 최용수 시장은 "우수인재 육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립도서관·꿈나무정보도서관 등과 떨어져 있는 지역을 선정, 지혜의 등대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두 곳이 너무 좁다는 지적에 따라 더 큰 규모로 짓겠다"고 말했다.
◆등대도서관의 원조(元祖)는 브라질 쿠리티바
동두천시의 등대 도서관은 브라질 쿠리티바시(市)의 성공사례인 '지혜의 등대'를 모델로 삼았다. 지역의 소외계층에게 정보 및 교육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1990년대 중반 시작된 사업이다.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던 '파로스의 등대'와 뮤세이온에 있던 대형 도서관을 창조적으로 엮어서 건물을 지었다. 도서관 건물 위로 솟은 등대기둥에 경찰관이 근무하는 초소와 비상전화가 있는 점 등은 동두천의 경우와 똑같다.
지혜의 등대는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나눠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현재 쿠리티바 시내에 있는 지혜의 등대는 50곳 이상. 등대마다 5000~8000권의 책이 소장돼 있다. 방문객은 등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일주일 평균 1000명에 이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