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묵시록'은 '미친 열정'의 산물이다. 대작이며 괴작(怪作)인 이 작품엔 한 감독이 품을 수 있는 야심의 극대치가 담겼다. '대부'와 '도청'으로 70년대 최고의 미국 감독으로 떠오른 프랜시스 코폴라는 젊은 시절 깊은 감명을 받았던 조지프 콘래드 소설 '암흑의 심장'을 베트남전의 정글로 옮겨 영화화하는 필생의 작업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필리핀에서 촬영됐던 영화 제작 과정 자체가 그대로 전쟁이 됐다. 촬영 기간은 끝없이 늘어났고 코폴라는 1600만달러의 개인 빚까지 졌다. 말론 브랜도는 비협조적이었고 마틴 쉰은 신경쇠약에 걸렸다. 40㎏이나 체중이 줄어들고 우울증에 시달린 코폴라는 영화 완성을 위해 여러 차례 자살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간신히 완성된 작품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흥행에 참패했고, 이후 코폴라는 70년대의 뛰어난 연출력을 다시는 발휘하지 못했다.

'전쟁의 광기'와 '인간의 마성'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 작품은 베트남전 당시 군 통제에서 벗어나 캄보디아 오지에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한 커츠 대령(말론 브랜도)의 암살 임무를 수행하는 윌라드 대위(마틴 쉰) 이야기를 다뤘다. 킬고어 대령(로버트 듀발) 부대의 도움을 받기도 한 끝에 커츠를 만난 윌라드는 결국 거대한 충격에 휩싸인다. 이 영화에서 코폴라는 권태와 공포, 환멸과 피로, 죄의식과 부조리가 소용돌이치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지옥도를 그려냈다. 바그너를 들으며 폭탄을 퍼붓는 전쟁광 킬고어, 임무 수행 중 서서히 미쳐 가는 윌라드, 밀림에서 신처럼 군림하는 커츠 등 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는 미국인이 쓰라리게 회고하는 베트남전의 맨얼굴로 남았다. 153분. 원제 'Apocalypse Now'. 1979년.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