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이 튀니지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리고 환호하고 있다. 3대1로 역전승을 거둔 스페인은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위기의 스페인을 구한 것은 역시 관록의 스트라이커 라울(29)이었다.

20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H조 스페인과 튀니지의 경기. 후반 26분 페널티지역에서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날린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자, 문전에 있던 라울은 기민하게 달려들며 골문을 열었다. 전반 8분 튀니지에 선제골을 내준 뒤, 상대의 수비에 꽁꽁 묶였던 스페인의 숨통을 트이게 한 귀중한 동점골이었다. 승리의 V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는 라울의 모습을 스페인 언론은 '영웅의 귀환'으로 묘사했다. 이날 두 골을 넣으며 3골로 득점 선두에 오른 페르난도 토레스도 "라울의 골이 승리에 결정적이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스페인은 3대1로 역전승을 거두며 2연승으로 남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라울은 지난해 11월 왼쪽 무릎 연골과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고 3개월간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라울은 월드컵 대표팀에는 발탁됐지만, 부상으로 큰 활약이 기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라고네스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결국 라울의 관록에 의지했다.

라울은 1990년대 후반부터 스페인 축구의 얼굴로 군림했다. 결혼 반지에 키스하는 골 셀러브레이션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19세의 나이에 대표팀에 발탁된 뒤 97경기에 출전해 44골을 기록했다. 스페인 대표선수 사상 A매치 최다골 기록이다.

하지만 라울은 유럽축구 선수권과 월드컵 등 큰 경기에서는 결정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2002년 한국과의 8강전에서도 부상으로 벤치를 지켰다.

라울은 "스페인도 강력한 우승후보"라며 "선발이든 교체멤버든 팀을 위해 갖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 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