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중에 내 마음을 확 붙드는 질문 하나가 이것이다. 우리는 동시대인들을 믿는가? 보다 정확히 말해서 함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정성 그리고 능력에 대해 우리는 혹은 나는 정말로 신뢰를 갖고 있는가?
별것 아닌 질문 같지만 사실상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질문 속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라고 하는 게 아무리 잘나봤자 결국 동시대인들의 수준을 맴돌 뿐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우리나라는 과거 어느 시점에 정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동시대인들을 그리 높게 평가할 리 없다. 화가를 만나면 정선이나 김홍도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을 것이요, 건축가를 만나면 경주 석굴암이나 도산서당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을 것이다. 정치가라면 정도전이나 정약용 같은 심오한 사상가의 출현이 과연 이 시대에도 가능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러한 반열의 인물들이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을 가능성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리가 그 역사적인 인물들을 능가할 가능성 또한 사라지고 만다. 이것은 결국 과거에 대한 패배주의에 다름아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의 하나는 동시대인들에 대한 믿음 없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숭배 자체가 역사가 아닌 이상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묻는다. 과연 우리는 동시대인들을 믿는가?
(황두진·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