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리는 끝났다. 그 경기처럼 우리가 얻은 것은 0이고, 남은 것은 6이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가 지난 16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에 0대6으로 참패하자 옛 유고연방 지역에선 회한과 자조 섞인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터무니없는 대량 실점과 16강 탈락 때문이 아니다.
이번 월드컵 출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운명과 6골 실점이 아이로니컬하게도 옛 유고연방의 역사를 마감하는 종지부처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23명의 선수들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뛰었지만, 세르비아-몬테네그로라는 나라는 이미 없다. 월드컵을 앞둔 지난달 21일 몬테네그로가 국민투표를 통해 분리 독립을 결정(찬성률 55.4%)함으로써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라는 2개 국가로 갈라선 것.
선수단 숙소 호텔에 내걸린 국기도 이번 월드컵과 함께 영원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나는 2개 국가 대표팀을 거느린 감독"이라고 자랑했던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은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어도 어차피 어느 대표팀 감독도 아닌 신세가 될 운명이었다.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가 속했던 옛 유고연방에는 늘 '123456'이라는 숫자가 따라다녔다. 1개 국가 안에 2개 문자(칼릴문자·러시아문자), 3개 종교(그리스정교·가톨릭·이슬람교), 4개 언어(세르비아어·크로아티아어·슬로베니아어·마케도니아어), 5개 민족(세르비아인·크로아티아인·슬로베니아인·마케도니아인·몬테네그로인), 6개 공화국(세르비아공화국·몬테네그로공화국·크로아티아공화국·슬로베니아공화국·보스니아공화국·마케도니아공화국)이 그것이다.
"얻은 것은 0이고, 남은 것은 6"이라는 말은 '신유고 연방'으로 남아 있던 세르비아-몬테네그로까지 분리됨에 따라 '발칸반도의 화약고'로 불렸던 옛 유고연방이 완전히 소멸되고, 원래의 6개 국가로 돌아갔음을 뜻하는 것이다.
언론은 이번 월드컵에 대해 "네덜란드에 0대1로 패한 것을 비롯해 두 경기 180분 동안 단 한 차례의 슛 찬스도 만들지 못한 굴욕의 연속"이라고 질타했다. 일간지 스포츠스키 주르날은 "팬티가 여섯 번이나 벗겨지는 수모를 당했다"고 이미 없어진 국가의 '연합 팀'을 욕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