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에서 射程사정거리 6700㎞인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준비를 마쳤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실제 발사한다면 그 순간 한반도와 한반도 정세는 크게 뒤흔들리게 된다.
미국은 작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북한이 핵의 장거리 운반수단까지 확보한 것으로 판단하고 강경대처에 나서게 될 것이다. 당장 미국과 일본은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올 것이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군사력 강화의 빌미가 될 것을 걱정하는 중국도 달갑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1998년 사정거리 1400㎞짜리 대포동 1호를 발사하자 클린턴행정부가 이듬해 북한과 협상을 시작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와 미국의 제재 해제를 맞바꿨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라면 큰 誤算오산이다.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정반대다. 對北대북 제재의 해제가 아니라 금융을 비롯한 全方位전방위 대북 제재 강화가 즉각 본격 논의될 것이다. 북한의 의도가 완전히 빗나가리라는 이야기다. 정세 불안으로 남한 경제에 대한 국제시장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을 것이고 수조원을 들여 벌여놓은 남북 경협사업도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정부가 북한이 지난 한 달 동안 미사일 발사 조치를 착착 밟아가는 것을 뻔히 지켜보면서 한 일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불안스럽기만 하다. 남·북 간에 오간 대화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다시 긋는 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는 것하고, 북한 경공업과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합의한 것뿐이다. 17일 끝난 광주의 6·15 기념행사에서는 행사장 안팎을 '反美반미'와 '美軍미군 철수' 구호로 도배를 하다시피 해놓고서 '우리민족끼리'를 외쳤다. 정부가 이 자리에서 북한에 미사일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하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强度강도로 전달했는지, 그래서 북한이 얼마나 귀담아 들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6·15행사에서 남북한 '民官민관'이 함께 낸 호소문은 "온 겨레는 주변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동족끼리 믿고 의지하며 동족의 힘으로 통일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통일'이란 구호로 남쪽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은 북한의 상용 전술이라 해도 이 마당에 거기 끌려 다니며 박수부대 노릇을 한 남쪽 정부와 민간대표란 도대체 어떤 정신상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