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하고 정상적인 행동과 사고방식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면 이 소설을 읽지 말 것. 수록된 10편의 이야기가 근친상간, 동성애, 편집증적 사랑 등으로, '선량한(?)' 독자의 심사를 내내 불편하게 할 것이다. 작가는 한 술 더 떠 "내게 비정상인은 정상이 되고 정상인은 비정상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녀가 이토록 위악을 부려가며 깨고 싶은 것은 '정상적'이란 말 속에 깃든 완고한 관습일 지도 모른다.
첫 번째 이야기 '바빌론 특급 우편'에서 작가는 사랑의 절대성을 부정한다. '그'는 어머니를 업고 산책을 나간다. 늙은 어머니는 깃털처럼 가벼워져 가지만 팔과 다리는 고집스럽게 아들의 등을 조인다. '그'의 기억을 통해 드러나는 모자관계는 충격적이다. 대입시험을 치르고 난 뒤 아들은 술에 만취해 어머니를 강간한다. 단 한 번의 사고는 무의식 깊은 곳에서 그를 억누르는 트라우마(trauma:영구적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가 된다. 그는 무의식의 멍에를 벗기 위해 어머니를 유기하고 새 여자를 찾아 나선다.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이런 극단의 결말에 대해 "작가의 의도는 '교환 가능한 사랑'에 있다"는 말로 설명한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 외에 다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고 믿는 순간, 그 사랑은 끔찍한 괴물이 되어 사랑하는 두 사람을 속박한다. 이 소설에서 어머니는 속박의 이미지다.
'말해줘 미란'은 작가의 의도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암캐 '미란'에게 "아빠"라는 말을 가르치려 애쓰던 남자가 묘령의 여인을 겁탈하려다 붙잡혀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개에게 말을 가르치는 장면과 치료장면이 교차되며 "아빠"는 "아파"가 되고, 그의 폭력때문에 아내가 가출했음이 밝혀진다. '미란'은 아내의 이름이었다. '아빠'가 '아파'로 바뀌는 말장난 속에 사랑을 향한 병적인 집착이 초래하는 비극을 볼 수 있다. 이밖에 '연애의 재발견' '13층, 수요일 오후 3시' '녹색 원숭이' 등에서 그려지는 동성애도 '관습적으로 도식화된 사랑'에 대한 반항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