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뢰머광장에서 만난 독일 재즈그룹 살타첼로 멤버. 마쿠스 펠러, 페터 레헬, 볼프강 쉰들러, 페터 쉰들러와 미니 슐츠(오른쪽 끝부터 시계방향). 한국의 음악, 역동적인 문화에 반해 한국 응원가를 만들었다. 베를린올림픽의 신화 손기정의 슬픈 이야기에 살타첼로는 손기정 헌정 CD도 만들었다. 박종인기자

토고전의 감동을 가슴 가득 안고서 붉은 악마들은 프랑크푸르트를 떠나갔다. 붉은 셔츠 물결은 사라지고, 뢰머(R?mer) 광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세계 각국 관광객들이 오간다. 14일 오전(현지시각) 나른하고 조용한 이 광장에 문득 조용한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다섯 남자가 연주를 하고 있다. 색소폰과 드럼이 가세하더니 노래가 시작된다.

"우리 이곳에 당신과 함께 있음은, 당신을 향한 믿음 때문이죠/우리 소망을 가지고 목소리 모아서 희망찬 기쁨 속에 축제를 열어요/세계인이 주목하는 다이내믹 코리아, 대한민국이여! 우뚝 솟아라…." 피아노로 시작해 독창으로 이어지다가 마침내 후렴부에서는 합창이다. 그런데 한국어로 한국을 응원하는 저 사내들, 붉은악마의 티셔츠를 입고 있지만 독일사람이 분명하다. 어찌된 일인가. "대~한민국, 대~한민국"으로 노래가 끝나자 사내들이 박수 속에 무대를 나왔다.

슈투트가르트 음대 선후배들이 만든 5인조 재즈그룹, 살타첼로(Saltacello). 멤버는 페터 쉰들러(46·피아노), 볼프강 쉰들러(43·바이올린), 페터 레헬(41·색소폰), 미니 슐츠(40·베이스), 그리고 마쿠스 펠러(31·드럼). 2002년 TIM이라는 프랑스 국제음악대회에서 베스트 크로스오버 앙상블 상을 받은 실력 좋은 인기 그룹이다. 노래 제목은 '코리아, 고 파이팅(Korea, Go Fighting!)!'

이들이 한국어 응원가를 부르게 된 사연? 그룹 리더 페터 쉰들러가 설명했다. "5년 전에 주독 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의 웹사이트를 우연하게 봤다. 슈테판 뮐러라는 언론인이 쓴 글이 있었다. 그 글이 너무나도 인상 깊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뮐러의 글을 조금 읽어보자.

"…어느 여름날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 때문에 나는 한국이라는 나라, 아니 이 민족의 굉장한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1936년 히틀러 통치 시절, 베를린에서 올림픽이 열렸고 그때 두 일본인이 마라톤 1위(손기정)와 3위(남승룡)를 차지했다. 2위는 영국인이었다. 그런데 시상대에 올라간 이 두 일본인 승리자들의 표정…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슬픈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중략)

그리고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황영조 선수가 일본과 독일의 선수들을 따돌리고, 더 이상 슬프지 않은 월계관을 따내고 말았다. 시상이 끝나자 그는 스탠드로 달려가 비극의 마라토너 손기정에게 자신의 금메달을 바치고 깊은 예의로서 존경을 표한다.

역사상 어느 민족도 보여주지 못했던 인간과 국가와 민족의 존엄을 이 한국인 아니 한국 민족이 보여주지 않는가…."

페터 쉰들러는 그 감동 스토리에 즉각 한국 팬이 되어 버렸다. 어렵게 한국 민요를 구해 재즈풍으로 편곡해 연주를 하다가, 한국을 여러 번 찾았다. 공연만 5번, 방한 횟수는 12번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에도 한국을 찾았다. 2005년 손기정(孫基禎) 선생을 추모하는 헌정 음반 '42.195 그레이트 손'을 발표하고 서울에서 손기정 헌정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공연을 다닐 때마다 헌정곡 '마라톤맨'을 연주하고, 관객에게 베를린 올림픽 이야기를 들려준다.

올 3월에는 마침내 한국 응원가를 담은 '아시안 하바네라'라는 새 CD도 내놨다. 페터 쉰들러가 독일말로 쓴 가사를 엘리사 서라는 슈투트가르트 음대 유학생이 번역했다. "서울에서 우리가 느꼈던 감동을 한번 더 느껴보고 싶었다. 한국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어제 체코에서 공연을 했는데, 공연 전에 토고전을 보다가 고함을 질렀더니 체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더라." CD에는 재즈풍으로 편곡한 애국가, 소줏집 분위기를 노래한 '소주파티'도 실려 있다. 이들은 홈페이지(www.saltacello.de)에 응원가와 애국가를 공개해 누구든 응원가를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했다. 살타첼로는 23일(현지시각) 하노버에서 벌어질 스위스전에 맞춰 하노버 베토벤홀에서 한국팀 응원 공연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