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유럽 출장 중 들른 영국 런던의 명품 백화점 해롯(Harrods)의 LG전자 매장에는 유럽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유럽인들은 초대형 102인치 PDP TV를 비롯해 LCD TV, 초콜릿폰 등 LG의 첨단제품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를 때 눈에 잘 띄게 배치된 건물 곳곳의 LG전자 광고판은 서울의 백화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또 런던의 한 바(BAR)에서 만난 영국인 부부는 타고 다니는 자가용 차가 '현다이(HYUNDAI)'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런던의 번화가 주요 길목에는 'SAMSUNG(삼성)'의 광고판도 자리잡고 있었다. 가슴 뿌듯한 광경이었다. 당연히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 파워도 한층 커졌을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영국주재 공관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나 LG를 일본 기업으로 아는 현지인들이 의외로 많다"며 "국내 기업 현지법인들도 '코리아'와 연관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 기업 브랜드보다 국가 브랜드가 뒤처져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지 상사원은 "영국 정부 행사에 우리 대사(大使)는 초청하지 않아도 한국기업 법인장은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귀국하자마자 접한 청와대 한 수석비서관의 "누가 내게 한국의 혁신에 대해 묻는다면 '눈을 들어 북악(청와대를 상징)을 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는 용비어천가는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글로벌 무대에선 코리아 브랜드에 눈길을 주지 않는데, 대통령 측근들은 우물 안에만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10여년 전 한 대기업 회장은 정부와 정치를 3류, 4류라고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3류와 4류 자리라도 지키고 있는 걸까.
(이진동·사회부 jayd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