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매일 소리없이 벌어지고 있는 미·일·중·러·남북한 간의 잠수함 전쟁에 새 강자(强者)가 9일 등장했다. 기존 잠수함에 비해 작전능력과 성능이 크게 강화된 214급(級) 잠수함인 '손원일함'이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진수됐다. 비록 미국, 러시아, 중국의 대형 핵잠수함에는 뒤떨어지지만 디젤·전지로 추진되는 재래식 잠수함 중 최정상 성능으로 평가된다. 손원일함의 등장으로 우리 해군의 수중(水中) 작전영역은 한반도 연안에서 필리핀, 중국 하이난섬(海南島) 등까지 넓어졌다.
1800t급인 손원일함은 우리 해군의 주력인 209급(1200t급) 제작사인 독일 HDW가 개량한 것. 기존 잠수함에 비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것이다. 그런 만큼 수중 작전능력도 강화됐다. 핵잠수함은 이론상 수개월까지도 물속에서 숨어서 작전할 수 있지만 디젤·전지로 복합 추진되는 재래식 잠수함은 하루에 한 번 이상 수면 가까이까지 올라와 공기를 공급받는 '스노클링'을 해야 한다. 디젤 엔진을 가동, 잠수함을 움직이는 동력원인 전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다. 이때 적 해상초계기나 함정의 레이더 등에 걸릴 수 있는 게 재래식 잠수함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214급 잠수함은 2~3주가량 스노클링이 필요 없다. 물속에서 공기 없이도 가동할 수 있는 '공기불요(不要)장치'(AIPS·Air Independent Propulsion System)에 의해서다. 기존 209급이나 북한의 로미오급, 일본의 오야시오·하루시오급, 중국의 송(宋)급 등 재래식 잠수함들이 하루에 한 번가량은 상대방에 노출될 수 있는 반면 214급은 적어도 2주가량은 비교적 안전하게 작전할 수 있다.
때문에 214급은 기존 209급에 비해 6배 이상의 전투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군의 한 잠수함 전문가는 "214급이 일본의 오야시오·하루시오급, 중국의 송·명(明)급 등에 비해 비록 크기는 작지만 실제 전투력은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AIPS 잠수함의 공식 진수는 동북아에서 우리가 처음이다. 잠수함 강국인 일본에선 AIPS와 비슷한 '스털링 엔진'을 장착한 16SS라 불리는 4200t급(수중배수량) 잠수함을 건조 중이며 오는 2008년쯤 취역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는 독일, 스웨덴,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러시아, 일본 등이 이 같은 형태의 잠수함을 보유했거나 개발 중이다.
손원일함에는 총 40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물속에서 오래 작전할 수 있는 것이 승조원에겐 그만큼 더한 고통을 요구한다. 길이 65.3m, 폭 6.3m의 좁디 좁은 공간에서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장시간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척당 가격은 3500억원에 이른다.
해군은 2018년쯤까지 총 9척의 214급 잠수함을 보유할 계획이다. 진수식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내외를 비롯,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 이상희(李相憙)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 등이 참석했다.
키워드
손원일함은 해군 창설의 주역이자 해군 초대참모총장 및 국방부 장관을 지내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손원일(孫元一) 제독을 기려 명명(命名)된 것이다. 해군은 지명, 섬, 역사상 추앙받는 인물 이름을 함명(艦名)으로 써왔다. 잠수함의 경우 '최무선함' 등 통일신라 때부터 바다와 관련 있거나 국란 극복에 공이 있는 역사적 인물 가운데 선정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