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시골 까오비엔에 사는 응우엔 티 조안(여·40)씨. 6년 전 그녀는 찢어지는 가난에 짓눌려 있었다. 몸이 불편한 70대 아버지, 모두 정신지체장애인인 남편과 두 아들.
딸은 학비가 없어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조안씨 홀로 농사 짓고 대나무 바구니를 만들어 팔았지만, 여섯 식구가 살기엔 너무나 버거웠다.
하지만 이젠 형편이 꽤 좋아졌다. 2000년 송아지 1마리를 지원받은 이후의 일이다. 송아지는 3년 뒤 어미 소가 돼 해마다 한 마리씩 새끼를 낳았다. 이를 팔아 딸을 학교에 보냈고, 통학용 자전거도 사줬다. 돼지·닭에 텔레비전도 생겼다. 소는 밭 갈고 짐도 나르는 일꾼 노릇을 톡톡히 한다. 6년 전 한국 돈 13만원 가량이던 조안씨 집의 연간 소득은 이제 두 배가 넘는 31만원 정도다.
이런 변화는 '카우뱅크(Cow Bank·암소은행)' 덕에 가능했다. 암송아지 한 마리를 빈곤 농가에 나눠주는 제도로, 베트남 농촌의 뿌리 깊은 가난을 끊기 위한 것이다. 한국의 NGO인 지구촌나눔운동(GCS·gcs.or.kr)이 2000년부터 베트남 지역정부와 손잡고 시행해 왔다.
특징은 상환 의무. 2~3년 안에 송아지 값을 갚아야 한다. 되돌아온 돈은 고스란히 다른 빈곤 농가를 위한 송아지 구입비로 쓴다.
이른바 '지속 가능한 지역개발 모델'이다. GCS는 지금까지 12개 마을에 582마리를 지원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와 하노이 한인교회,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의회 등도 자금을 댔다. 송아지 값 회수율은 95%. GCS 한재광 부장은 "나머지 5%는 송아지가 병으로 죽어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4일엔 13번째 카우뱅크 협정식이 있었다. 베트남 하떠이성(城) 토안 마을의 45가정이 대상. 빈곤층 지원단체인 고양천사운동본부(ihope1004.com)가 2000만원을 냈다. 안승남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도 한때는 최빈국 아니었냐"며 "송아지들이 한국 같은 기적을 이루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토안마을 타잉 촌장은 "한국 사람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카우뱅크는 베트남 농가에 이렇게 '희망'을 심어줬다. 3년 전 소를 받은 투이푸 마을의 린(12)양은 얼마 전 GCS에 편지를 보냈다. "송아지가 속속 태어나 우리 집을 도와주는 꿈을 매일 꿔요. 나도 어른이 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고양천사운동본부는 지난 3일 하노이사범대의 한국어학당 학생들에게도 장학금 2000달러를 지원했다. 올여름 서울대 어학연수 비용이다. 앞으로는 아예 장학재단을 만들어 대상 학생과 학교를 넓혀갈 계획이다.
후원 문의 지구촌나눔운동 (02)747-7044, 고양천사운동본부 (031)92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