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와 아스날의 2005~2006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전반 18분 바르셀로나의 호나우지뉴(26)가 절묘하게 찔러준 공이 골잡이 사무엘 에투(25)의 발에 도달했다. 에투를 막을 선수는 아스날의 수문장 옌스 레만(37)뿐. 그러나 에투는 빠른 동작으로 레만을 제쳤고 레만은 짧은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를 통과시켜 골을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퇴장을 각오하고 반칙을 할 것인가. 레만의 선택은 후자였고 심판은 즉각 레드 카드를 들었다. 아스날은 후반에 두 골을 연달아 허용하며 우승을 바르셀로나에 넘겨 주었다.

과연 레만의 선택이 옳았을까. 뉴욕 타임스는 4일자 신문에서 이를 통계학적인 시각에서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의 거트 리더 교수에 따르면 레만의 선택은 '통계학적'으로 옳은 것이었다. 리더 교수는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네덜란드의 축구 경기를 분석한 뒤 이러한 답을 내놨다. 월드컵 16강전 이후처럼 한 경기로 결과가 결정될 경우 아주 초반이 아니면 수비수가 골을 허용하는 대신 레드 카드를 각오하고 반칙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리더 교수가 지목한 시간은 전반 16분이다. 어쨌든 레만은 전반 18분에 퇴장당했기 때문에 좋은 판단을 한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조금 다른 분석 결과도 함께 실었다. 레드 카드가 나오는 시간이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다. 독일 경제연구소의 연구원 마르코 칼리엔도는 1930년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 모든 경기를 분석했다. 결과를 정확히 하기 위해 두 팀이 비기고 있는 상태에서 어느 한쪽이 홈 어드밴티지를 가지지 않은 경우만 계산했다. 분석 결과, 후반 30분 이후에는 레드 카드가 두 팀 모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후반 30분 전의 레드 카드는 두 팀 모두의 득점 가능성을 높여 준다. 물론 그 확률은 11명이 뛰는 팀이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