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출생 작가들이 미국 문학의 새로운 고전 작가군으로 뜨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1931년 출생)을 비롯해 존 업다이크(John Updike·1932년), 필립 로스(Philip Roth),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이상 1933년), 돈 드릴로(Don DeLillo·1936년) 등 1931년부터 36년 사이에 태어난 이 작가군은 흑인노예, 서부개척, 1960년대 인종갈등 등 주로 미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소설로 그리면서 미국 문학의 세 번째 전환기를 형성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북리뷰는 최근 모리슨의 '빌러비드(Beloved)'를 '최근 25년의 미국 소설 걸작' 중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1987년 발표된 '빌러비드'는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와 비평가, 편집자 125명을 대상으로 뉴욕타임스가 실시한 '지난 25년간 발표된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 설문 조사에서 15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빌러비드'는 2003년 들녘출판사에서 번역해 소개한 바 있다.
모리슨의 소설 '재즈'를 번역했던 문학평론가 최인자씨는 "빌러비드는 호돈과 포우의 환상성을 계승하면서도 문학성과 문체, 사상의 깊이 등에서 현대적 고전으로 불릴 만하다"고 평가했다.
모리슨에 이어 드릴로의 '언더월드(Underworld)', 매카시의 '블러드 메리디안(Blood Meridian)', 업다이크의 '래빗 옹스트롬(Rabbit Angstrom)' 연작, 로스의 '아메리칸 패스토랄(American Pastoral)'이 각각 11표로 2위 그룹에 올랐다.
평론가 A 스콧(A O Scott)은 "미국문학의 관심이 '미국이 저지른 폭력 대한 반성', '미국 문단의 최고 실력가로 떠오른 1930년대 출생 작가들', '과거 돌이켜보기' 등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이번 설문 결과는 미국 현대 문학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문학 지형도라는 것.
이런 결과에 대해 장영희 교수(서강대 영문과)는 "미국 문학이 새로운 고전(canon) 찾기에 나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교수는 "멜빌, 마크 트웨인 등이 활약하던 1850년대와 헤밍웨이, 피츠제럴드이 활동하던 양차대전 기간이 지금까지 두 번의 전환기였다면, 1930년대 출생 작가들은 과거라는 거울로 미국의 정체성을 비춰본다는 점이 차별화된다"며 "그들이 3세대 고전작가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작품은 이미 미국 대학 문학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빌러비드'는 1856년 미국 신시네티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로 1988년도 퓰리처상 수상작. 흑인 노예 여자가 자기 자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이의 목을 베어버리는 끔찍한 사건을 통해 사랑할 권리를 거부당한 사회적 소수자의 고통을 기록하고 있다. 이 작품은 또한 출간 20년도 지나지 않은 작품으론 이례적으로 대학 문학 교과서에 수록되며 이미 고전의 자격을 얻었다.
뉴욕타임스 북리뷰는 "1930년대 작가들이 미국문학의 새로운 고전작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반면 2차대전 이후 등장해 경제, 대중문화를 주도한 베이비붐 세대는 선배들처럼 위대한 소설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전후 미국문학의 침체와 위기를 보여주는 결과일 수 있다"는 조심스런 해석도 함께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