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가족들의 부패 혐의로 국민과 야당의 하야 요구에 직면, 2000년 집권 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주석과 친민당(親民黨)의 쑹추위(宋楚瑜) 주석 등은 3일 낮 타이베이(臺北) 시내에서 1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시위에서 천 총통의 하야를 촉구했다. 시위대는 "볜(扁·천수이볜 총통의 애칭)은 물러나라"를 외쳤다. 일부는 천 총통과 최근 구속된 그의 사위인 자오젠밍(趙建銘) 초상화에 물주머니와 죽음을 상징하는 흰색 꽃을 던졌다. 국민당은 100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하야 요구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가족·최측근 비리가 '도화선'
집권 초기 80%에 육박했던 천 총통 지지도는 작년 말 21%에 이어 지난달 17%로 사상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3일 여론조사에서도 62%가 '총통으로 부적합하다'고 응답했다. 천 총통의 이런 정치적 위기는 작년 말 최측근 심복인 천저난(陳哲男) 전 총통부 부비서실장의 뇌물 스캔들을 시발로 올 들어 부인인 우수전(吳淑珍) 여사와 사위인 자오젠밍 등 가족 비리 탓이다. 의사인 자오젠밍은 대만토지개발공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 1년여 만에 4억대만달러(약 119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그의 아버지인 자오위주는 4개회사 고문으로 매월 43만대만달러(약 1300만원)를 받으면서 각종 인사 청탁과 이권 개입을 해왔다.
급기야 천 총통은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총리)에게 내각 지명권 등을 포함한 통치권을 넘긴다고 1일 발표했다. 하지만 대만 영자지 차이나타임스는 1일 사설에서 "권력 이양 선언으로 국민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자진 사퇴, 탄핵, 연정(聯政) 등 시나리오
3일 밤에는 천 총통의 '정치적 아버지'인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까지 "지도자가 적합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 민진당 안에서도 '단편구생(斷扁求生·천 총통 조기 사퇴를 통해 당을 구해야 한다)' 이란 주장이 제기돼, 천 총통은 자칫 '외톨이'가 될 위기로 내몰렸다.
국민당 등 야당은 탄핵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탄핵에는 입법원 제적 총수(221개 의석)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데, 야당은 과반인 112석에 그쳐,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마잉주 국민당 주석이나 쑹추위 친민당 주석을 행정원장에 임명하는 방안이 '타협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홍콩=송의달특파원 ed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