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말하는 모든 문장의 주어나 목적어는 '축구'예요."

월드컵 축구 열기 속에선 누구나 그렇다. 그러나 서울 배문고등학교 3학년 서영원(徐煐元·18)군은 10년 넘게 그래왔다. 서군은 1994년 폭염 속에서 미국 월드컵을 관람하던 중 축구에 꽂혔다. 당시 그는 여섯 살배기였다.

초등학교 때는 교과서와 공책이 한국 대표팀의 포메이션과 명단으로 꽉 채워져 선생님께 혼나고 공책 검사를 따로 받아야 했다. 주요 해외언론의 축구기사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독일·일본의 축구 전문잡지도 구해 봤다. 국내·해외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보고 축구 선진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로 이뤄진 '글로벌 취재망'도 갖췄다. 이렇게 서군이 자신의 열정과 학습능력을 모조리 축구에 쏟아 부은 지 10년, 그 결실이 축구 전문서 두 권으로 맺어졌다.

고교 2학년이던 지난해 8월, 세계 축구팀과 대표선수의 특징을 낱낱이 분석한 사전식 안내서 '세계 축구 길라잡이'(한숲)가 첫 작품. 이 책은 1500권쯤 팔렸다. 이어 올 3월엔 세계 축구경기 관람 비평서 'Around of Ground―축구장 밖의 숨은 이야기'(책님들)을 펴냈다. 경기뿐만 아니라 언론보도, 마케팅, 관중 문화, 축구 교육 등 축구 전반에 예리한 메스를 들이댔다. 이 책은 친구의 도움으로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에서도 출판될 예정이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공부 소홀히 한다고 안 좋아하셨죠. 고1때 담임 선생님께서 '너 책 내고 아예 전문가로 나서지 그러냐'고 격려해주셔서 집필을 시작했어요. 저보다 나은 마니아도 많지만, 실제 성과물(책)은 국내에 많은 편이 아니니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서군은 지난 겨울 직접 대한축구협회의 심판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 10대 축구 전문가는 여러 스포츠 전문지·방송에서 객원기자로 뛰어달라는 제의를 받고 있다. 30일엔 서울시장 추천으로 국가청소년위원회로부터 '모범청소년상'도 수상했다.

그에게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물었다. "토고는 한국보다 인지도는 낮지만 만만한 팀이 아니다" "프랑스와 스위스에겐 거의 홈경기나 마찬가지이므로, 한국팀이 주눅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16강 가능성은 40%로 본다"고 말했다. 많이 듣던 얘기다 싶은데 이어지는 말이 전문가답다. "월드컵 등 특정대회가 축구의 중심이 아닙니다. 축구의 핵심은 선수가 관중에게 뭔가 보여주겠다는 마음, 관중이 선수를 격려하겠다는 마음이에요."

서군은 어느 선수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축구는 팀 스포츠이므로 특정 선수를 좋아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철학적인 답을 했다. 좋아하는 팀은 수원 삼성과 네덜란드 대표팀. 각각 클럽 축구팀과 국가대표팀이 뭔가를 보여주는 팀이란다.

서군은 오는 7월 대학 수시모집 때 언론홍보관련 학과에 지원할 예정이다. 장래 희망은 축구 칼럼니스트, 축구 행정·마케팅 전문가다. 하지만 그는 "지금 마음으론 축구장 잔디 깎는 일부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잔디가 좋아야 경기가 잘 된다는 것이다.

왜 축구가 좋으냐는 질문에 서군은 얼굴을 감싸 쥐며 답답해했다. "왜 좋으냐니, 좋아하는 데 이유를 묻다니… 무슨 그런 질문을…." 축구와 결혼했다는 그에게 '그럼 여자와는 결혼 안할 것이냐'고 묻자 서군은 얼굴을 감싸 쥐고 "그만 좀 하시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