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다리인가 조각품인가. 내가 발을 딛고 선 곳이 무엇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다리 양쪽으로 성인의 정교한 조각상이 열다섯 점씩 서 있었다. 뒤 돌아보면 고딕의 프라하 성이 날카로운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있고, 맞은편에 있는 고풍스런 구시가지 청사가 중세의 이야기를 속삭였다.
다리 한쪽에선 아마추어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다른 쪽에서는 거리의 화가들이 관광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휴대전화를 강물에 던지며 반문명 퍼포먼스를 하는 젊은이들,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수많은 무명 시인과 화가, 젊은 연인들에게 시를 지어주며 푼돈을 버는 거지 시인들….
지은 지 육백 년 된 프라하의 석조다리, 카를대교는 길이가 한강대교의 절반, 폭은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해마다 1억 명의 관광객이 이 다리를 거닐며 프라하의 정취에 젖어든다.
서울로 돌아와 시원하고 훤칠하게 생긴 한강을 바라보며 나는 몹시 안타까웠다. 도시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살 집을 마련하느라 강변에 빽빽하게 아파트 숲부터 세운 사람들. 그래서 물가에 정자 한 채 지을 여유를 갖지 못했던 걸까. 사람만 거니는 다리를 세우고 그 위에서 시민들이 손쉽게 시와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면. 이태원 쇼핑거리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강남 터미널 지하상가와 연결시키면 상권도 살고 관광코스도 될 수 있을 터인데. 비어있는 강변엔 조각 같은 건축물을 세워 볼거리를 만들고…. 한강에 문화를 가꿔갈 날은 언제일까.
(박찬순·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