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훈련코드'가 달라졌다. 2002년엔 열광적인 팬들에게 둘러싸여 훈련했지만 이번엔 '절간'이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전지훈련지로 정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레인저스의 훈련장 '머레이 파크'는 그야말로 숲속의 섬이다. 시내에서 서북쪽으로 10㎞ 떨어진 이곳은 자동차 없이는 접근도 안 된다. 왜 대표팀은 이런 곳으로 왔을까.
◆2002년 VS. 2006년
지난 14일부터 시작됐던 파주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 훈련 중 담을 넘어 들어와 선수들을 구경하던 고교생들은 빈 페트병으로 머리를 퉁퉁 얻어맞으며 쫓겨 다녔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선수들은 최소한 훈련 중에는 관중과 '이별'하길 원했다. 유일한 예외가 세네갈전을 이틀 앞둔 일요일(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훈련 때였다. 행정착오로 출입구를 차단 하지 못해 2000여 팬이 몰렸다.
2002년에는 전혀 달랐다. 선수들이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이유로 훈련장 개방을 원칙으로 삼았다. 경기 개막(2002년 6월4일)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았던 5월 말 경주훈련 때는 수천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히딩크가 개최국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관중들의 환호성을 훈련 전술의 일부로 활용한 측면도 있었다.
◆한쪽에선 사슴이 풀 뜯어
그렇다면 2006 대표팀 훈련장소인 '절간'의 모습은 어떨까? 한편에선 사슴이 풀을 뜯으며 돌아다니고, 숲속에서 새 한 마리가 울면 (좀 과장해서) 9개 운동장 전체에 소리가 울려 퍼진다. 너무 사람이 없어 서운할 정도. 레인저스 구단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조용한가" 하고 물었더니 "당신 나라에는 큰 스타도 없지 않으냐"고 대꾸했다. 레인저스 감독을 지냈던 아드보카트는 이곳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드보카트 "최적의 장소"
히딩크 감독은 거의 선수들을 전세 내서 훈련했다. 최종 훈련 기간이 73일에 달했다. 그러나 아드보카트는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한다. 최종훈련 날짜도 31일뿐. 따라서 훈련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절실했던 것이다. "축구 득점의 40%를 차지한다"는 세트플레이 훈련을 아직 시작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여건상 '막판 벼락치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히딩크 당시엔 최종 소집훈련 중반쯤에 세트 플레이가 이미 완성단계였다.
선수들은 '절간훈련'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천수는 "2002년에는 함성 때문에 경기장에서 뭘 하고 나왔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공격하면서도 수비가 보인다"고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오래 전부터 현 대표팀에 '절간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리고 글래스고는 최적의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