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오후 텅빈 학교에 가본 적이 있는가? 분주하던 재잘거림은 사라지고 바람소리만 맴도는 학교는 또 하나의 쉼터가 된다.
나는 매일 세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 쌍용아파트 단지안의 상하초등학교에 간다.
그곳에 '들꽃사랑'이라는 팻말아래 자연체험학습장이 있어서다.
학교 건물을 경계로 앞마당과 뒷마당의 교단이 있는데, 앞마당에는 각종 들꽃에 대한 팻말과 수수께끼 형식의 질문을 담아두었고, 뒷마당에는 들꽃들의 이름표와 짧은 설명을 곁들여 커다란 화단 속에 미니화단들이 졸졸히 줄을 서 있다.
먼저 앞마당에서 수수께끼들을 수첩 가득 적은 뒤 수수께끼 답을 쥐고 있는 뒷마당으로 간다. 설명들을 자세히 읽어보면 수수께끼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아이들의 기억에서 생소해져 가는 많은 들꽃들의 강인함을 배우게 될 것이다.
매발톱, 머위, 톱나물, 할미꽃, 애기 똥풀….
어떤 놈들은 욕심이 많아 동그란 미니화단을 넘어서 자란 것도 있고, 어떤 놈은 하도 새침떼기라 제 동그라미도 다 채우지 못하지만, 여린 초록잎들 사이로 끈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있다. 무심코 지나다닐 보도 블럭을 자세히 보면 사방치기, 오징어놀이, 달팽이집놀이 등 우리의 옛 놀이가 숨어있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 놀이를 알기나 할까? 하지만 간혹 사방치기를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으니 학교 측의 배려가 영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닌 듯 싶다.
20여 년전, 내가 자랄때 만 해도 학교는 방과 후에는 놀이터가 됐다. 집에 가도 별로 할게 없는 우리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사방치기, 오징어 놀이로 실컷 땀을 빼고는 날이 어둑해져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지만, 요즘은 방과후 학교에 남는 아이들을 만나기 어렵다. 방과후 사교육으로 인해 놀 시간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단지 공부만 하는 곳으로 전락해 버린 건 아닌지….
방과후 학교에 가보자. 교실 밖 조금만 돌아보면 우리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학교가 배려한 많은 교육적 자료를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나는 요즘 이곳에 들러 아이에게 놀이를 가르쳐주는 한편, 내 어린 추억을 반추한다.
(윤지수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