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 전남 여수시 거문도에 참호·터널 등 대규모 군사시설을 구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일제가 국내에 지은 군사시설 중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28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전기호)에 따르면 일제는 1944년 12월부터 1945년 6월까지 일본인과 거문도 주민 100여명, 이북의 발파 기술자 등을 강제 동원해 거문도의 동도·서도·고도 3개 섬에 길이 15~25m, 폭과 높이 2.5~3m 규모의 터널 12개, 9m 길이 T자형 참호 2개, 길이 80m 돌 방벽 1개, 지하갱도 등의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이 시설물들은 30㎝ 두께의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지어졌다.

동도에서 발견된 9개의 터널 중 7개는 해안가에 지어져 배를 댈 수 있는 접안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이 시설들은 군사시설물 저장과 인력 수용, 전쟁시 정찰 등을 위해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진상규명위 김윤미 조사관은 “거문도는 일본과 중국,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지리적 요충지인 데다 연중 어장이 좋아 정보 수집과 물자 조달에 최적지”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제는 곧 패전해 이 거문도 군사시설을 사용하지 못했다.

진상규명위측은 이 군사시설 구축을 위해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강제 동원했으며 부역을 어기면 식량배급표를 주지 않거나 폭행을 일삼았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확보했다.

현재 거문도에는 일본식 건물과 신사 터 등 일제 황민화 정책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9월부터 거문도에서 진상조사를 벌여왔다.